저널리즘이란 어둠 속의 진실을 빛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나쁜 저널리즘 또는 황색 저널리즘은 빛을 어둠으로 만드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실시간 개인방송과 유튜브의 성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모든 것을 기록하는 지금 기존의 언론과 일반인의 경계는 거의 사라졌다고 무방하다. 미디어와 관련된 직업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 간 특종에 대한 경쟁이 심해진 만큼 미국에는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이 존재한다. ‘나이트 크롤러’란 특종이 될만한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TV 등의 매체에 팔아넘기는 범죄 전문 취재기자를 뜻하며 ‘스트링어’라고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 이슈, 댓글들을 가져와 읽어주는 유튜브 사이버 렉카들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시점이다.

나이트 크롤러 포스터 ⓒ네이버 영화

언론과 관련된 많은 영화들 중 이번 주 무비 seek은 영화<나이트 크롤러>와 저널리즘의 그늘, 사이버 렉카 유튜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주인공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 분)은 머리가 좋은 편이지만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철조망, 구리선 등을 훔쳐 팔아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찍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방송국 직원인 줄 알았으나 그는 사고 현장을 카메라 들고 쫓아와 방송국에 팔아넘기는 나이트 크롤러였다.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루이스는 자전거를 훔쳐 값싼 비디오 카메라와 무선통신감청기까지 산다. 그렇게 처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촬영을 하지만 처음에 봤던 나이트 크롤러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래도 피해자가 총을 맞고 실려 가는 자극적인 장면을 찍게 되고 지방 뉴스 방송국에 돈을 받고 팔게 된다.

총격 사건의 피해자를 찍고 있는 루이스(제이크 질렌할 분) ⓒ네이버 영화

그렇게 루이스는 전업 나이트 크롤러가 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성장했다. 조수도 한 명 고용해 데리고 다니면서 그는 사건 현장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도착해서 촬영한다. 피해자, 목격자 구분없이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밀고 인터뷰도 진행한다. 그들과 공감하지는 않는다. 매우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카메라로 촬영을 한다. 그러나 방송사는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경쟁자도 있으니 그는 직접 사건 현장을 조작해 자극적이고, 그럴듯한 장면을 만들기 시작한다. 

교통사고 현장을 조작하는 루이스(제이크 질렌할 분) ⓒ네이버 영화

 

복권에 당첨되고 싶다면, 복권 살 돈은 벌어야 한다.

사건 현장 훼손 및 침입, 비도덕적 취재 등 소시오패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루이스는 결국 다음 특종을 위해 강도 살인사건 용의자들을 숨기는 짓을 해버린다.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경찰은 그를 추궁하지만 방송사가 그의 뒤를 봐주면서 별 다른 혐의를 부여하지 못한다. 악당은 그렇게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살인사건 현장을 촬영하는 루이스(제이크 질렌할 분) ⓒ네이버 영화

2020년 12월 흉악범 조두순이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그의 출소 전부터 각종 개인방송, 유튜버들이 그에게 사적 보복을 예고하며 영상을 만들어냈다. 당일 그가 나오기로한 교도소부터 쫓아다니며 개인방송, 실시간 유튜브 중계를 했다. 결국 그의 집 앞까지 쫓아가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받으며 짜장면 배달, 무단 침입, 욕설 등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도가 넘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한강에서 사망한 고(故) 손정민 군의 사건에서도 이들은 가짜뉴스, 추측에 기반한 영상을 올리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 직접 사건 현장을 찾아가 라이브 방송을 하다 경찰에 제재를 당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인의 휴대폰이 사라지기도 전에 사건 현장에서 방송을 하는 것은 심각한 현장 훼손이 될 수도 있었다.

흔히 사회적 이슈들을 모아서 짧은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사람을 ‘사이버 렉카’라고 한다. 교통사고 현장에 누구보다 빠르게 와서 돈을 위해 과속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들을 렉카라고 하는데 그것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정치편향적인 채널부터 우리나라를 외교적으로 엄청나게 부풀리는 영상까지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언론은 어떨까. 많은 언론들도 대부분 이슈를 따라간다.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몇몇 언론은 황색 언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 의미없는 받아쓰기 기사, 연예인의 사생활, 유튜버의 사생활까지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팩트를 가지고 쓰고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과연 언론이 개인 방송 BJ와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을 비판할 수 있을까.

카메라를 겨누는 루이스(제이크 질렌할 분) ⓒ네이버 영화

 

피사체를 쏘는 카메라와 인간을 쏘는 총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는 곧 사진을 찍는 행위인 것이다.

<타인의 고통>, 수잔 손택

카메라로 촬영을 하다의 영어 표현은 ‘Shoot with a camera.’ 이다. ‘Shoot’ 은 총을 쏘다라는 의미도 있다. 조준해서 쏜다는 의미다. 사건현장에서 카메라로 피해자를 취재하다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있다. 때론 직업에 대한 회의감 마저 들 정도이다. 영화의 주인공 루이스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만큼 객관적으로 사건현장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루이스는 악당으로 나오지만 무조건 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이 영화는 권선징악을 보여주기 보다는 악당이 성공하는 사악한 시스템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방송국은 자극적인 사회 범죄를 장시간 보여주고 정치, 법과 같은 것들은 짧게 보여주고 끝난다. 방송국의 잘못만은 아니다. 시청자들이 재밌고 자극적인 것을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그 니즈를 맞추기 위해서 방송국은 그러한 것들을 생산하는 것이다. 

유튜브 생태계가 활발해지면서 사회이슈를 먹는 나이트 크롤러들이 잔뜩 생겼다. 루머와 가짜뉴스에 휘둘려 잘못된 정보를 가지게 돼 손해를 본다면 그 탓은 누구에도 못한다. 옳고 그른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언론 영화라고 하기에는 공포영화에 가까운 영화<나이트 크롤러>와 사이버 렉카들을 비교하면서 보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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