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비판, 하지만 그 속내 살펴보니
한미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반응한 북한
미사일지침 해제에 맹비난 가하고 있어
중국 눈치 보는 북한이 미국 향해 포문
미국과 대화 끈 놓지 않고 있는 모양새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일주일 동안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북한이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미사일 지침 해제를 한 것을 두고 반발을 한 것이다. 미국을 향해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역겹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만 성명 발표 수준이 외무성 대변인이나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아닌 ‘국제문제평론가’ 명의의 성명이었다는 점이 북한이 대화의 끈은 아직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미정상회담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끝났지만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정상회의를 존중한다고 합의를 하면서 남북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수용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대화를 중시한다는 것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서 그대로 보여줬다.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식의 반응을 내놓을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일주일 넘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일주일 만에 내놓은 반응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31일 북한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외무성 대변인 명의나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이 아닌 ‘국제문제평론가’의 명의로 담화를 냈다. 이는 반발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평가다.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는 “수차에 걸쳐 미사일 지침 개정을 승인해 탄두중량제한을 재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 제한 문턱까지 없앤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마시일지침 해제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파렴치한 이중적 행태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미국의 ‘추종자’ 즉 동맹국들에게는 무제한 미사일 개발 권리를 허용하면서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실용적이면서 조정된 접근’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우리에게 미사일지침 해제를 풀어준 목적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해 자신들의 발전을 저해하려고 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조선을 군사적으로 더욱 바싹 그러쥐고 미사일 사거리를 늘여주는 대가로 우리 주변나라들을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합법적으로 실현해보려는것이 미국의 속셈”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대화의 끈은

일단 이번 성명은 우리나라가 주요 타깃이 아니라 미국을 향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크다. 그동안 북한이 미국을 향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조건부 대화 방침을 발표한 것 이외에는 미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미정상회담이 끝나자 마자 비록 국제문제평론가라는 수준의 성명서이지만 미국을 향해 맹비난을 가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미국을 향해 맹비난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그동안 북한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을 향해 맹비난을 가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 충분하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게 대북 정책에 대해 설명을 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을 때 “잘 접수했다”는 형식적인 반응만 내놓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명서는 미국으로 하여금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성명서가 김여정 제1부부장이나 외무부 대변인 성명서가 아니라 ‘국제문제평론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위의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의 대화를 전면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미국과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김여정 제1부부장이나 외무부 대변인이 직접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문제평론가라는 직책을 내세웠다는 것은 아직도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정책인지 명확하게 파악을 하지 못하면서 북한으로서도 어떤 식의 대응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취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성명서는 미국을 맹비난했다기 보다는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달라는 의미가 크다.

이런 이유로 이번 성명서는 미사일지침 해제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단절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맹비난을 가하면서 원색적인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으로 예측된다.

즉, 북한은 아직도 대화의 끈을 놓치 않고 있고, 미국과 곧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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