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이재명 경기지사가 집권 여당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선거를 꼭 150일 남긴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지역별 순회경선과 1~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누적 득표율 50.29%를 기록한 이 지사를 결선 투표 없이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이로써 지난달 4일부터 진행된 민주당 경선은 마무리됐다.

여의도 중앙정치무대 한 번 밟아보지 못한 ‘변방의 장수’가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로 최종 선발된 데에는 ‘승부사 이재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민함과 강단 있는 실행력으로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턱걸이 과반’이라는 예상 밖 결과는 본선 행보에 큰 걸림돌이다.

반응은 즉각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경선 중도하차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 처리’한 당 지도부에 강력 반발하며 하루 만에 결선 투표를 요구했다. 이 전 대표 측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특히 3차 선거인단 투표결과만 놓고 보면 억울한 생각도 들 것 같다.

이 전 대표는 서울지역 선거인단 투표에서 62.3%를 득표하며 28.3%를 얻은 이 지사에 더블스코어 이상 앞섰다. 이는 그동안의 순회경선이나 일반 여론조사와도 완전히 배치되는 결과다. 이를 두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대장동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 해석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왜 서울 선거인단만 유독 ‘대장동 민심’에 반응한 걸까. 이 지사는 8만8893명의 대의원권리당원유선 투표에서도 51.45%의 과반 이상 지지를 받았다. 만일, 3차 선거인단 ‘표심’이 대장동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 서울지역 권리당원 투표결과도 비슷하게 나왔어야 했다. 그게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누구도 이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최종 경선 결과는 유지돼야 한다. 국민과 지지자들은 이 지사의 민주당 최종 후보 결정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지금 와서 이 결과를 뒤집겠다며 문제 삼는 것은 ‘경선 불복’이나 다름없다.

이 전 대표 측이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득표 무효 처리를 문제 삼고자 했다면, 첫 중도하차 상황이 발생한 정세균 전 총리 사퇴 시점에 했어야 했다. 또 만에 하나 사법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한다면, 당 전체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 생각을 빨리 접어야 한다.

이 지사 또한 ‘원팀’을 통한 본선 최종 승리를 희망한다면 이 전 대표 측 요구와는 별개로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불안한 승리’의 근원을 해소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심상찮게 전개되는 ‘대장동 의혹’을 속 시원히 털어내지 못한다면 지지자들의 본선 경쟁력 우려는 더욱 확산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이 전 대표 측의 이의 제기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칩거에 들어간 이 전 대표 입장이 워낙 강경해 ‘경선 불복’ 우려는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사태가 악화 될 경우,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대장동 특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丈人)의 좌익 활동에 대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맞받아쳐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 또 단일화를 촉구하던 당내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그룹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기도 했다.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은 누가 진심을 말하려는지 정확히 안다. 진정성과 자신감으로 당당히 임한다면 민심은 모여들 것이다. 그럼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이 또한 자신의 한계다. 한국 정치에서 150일은 생각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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