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지난 3일 새벽,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두고 윤석열, 안철수 두 대선 후보가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두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두 후보가 합의한 단일화 핵심 내용은 ‘공동정부 구성’과 ‘선거 후 합당’이다. 두 사람은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 뜻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선 이후 즉시 합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며 ‘파기’ 가능성까지 내비춰 주목된다. 여기에 안 후보에 대한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비난이 폭발하며 역풍이 일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안 후보와 국민의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배경엔 탈당과 창당, 합당, 재창당 등 그가 선택해온 일련의 정치행위와 지지자들이 받아들일 틈도 없이 완주 의지를 번복하며 일순간 ‘또 철수’ 한 부정적 인식 등이 깔려있다.

두 사람은 지난 2일 마지막 TV토론 직후 강남 모처에서 만나 다음날 새벽까지 담판을 이어간 끝에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날 단일화는 그동안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윤 후보의 공언이 실현된 셈이다.

지난 1월 중순 [윤-안 후보단일화는 불가능하다]고 예상했던 본 기자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시의 정치 환경 등에 따른 전망이었지만, 맞지 않았다. 그러나 단일화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아 반드시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한때 안 후보와 ‘동고동락’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안 후보가 ‘백기투항 한 것’이라 규정했다.

그는 지난 4일 한 라디오에 출연, “더 이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니 출구 전략으로 단일화한 것”이라며 “후보를 접으면 그걸로 끝나야지 왜 합당한다고 하냐. 다당제 명분을 내세운 사람이 할 짓이냐. 도대체 논리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도 안 후보의 ‘결단’을 ‘후보사퇴 후 윤 후보를 지지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합당과 관련해서도 ‘흡수통합’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 발표 직후 SNS에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국민의힘 일원’이 되기로 큰 결정을 내린 안 대표와 국민의당 구성원들을 환영한다. ‘조건 없는 우리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과 합당을 결심한 용기’에 감사하다”고 썼다.

그는 단일화가 큰 도움이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안 대표의 ‘사퇴’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양자구도와 4자구도시 지지율 변화가 오히려 양자구도에서 불리하게 나온 조사도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와 공동정부에 대해서도 “논의해봐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안 후보가 조건 없이 윤 후보를 지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치개혁 합의문도 “나중에 더 논의하자”고 했다.

결국 후보 간 약속일지라도 당 지도부 ‘협조’ 없인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무 우선권’도 대선 이후엔 이 대표에게 귀속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단일화 발표 하루 만에 이런 메시지를 낸 건, 대선 전 최대한 ‘소 값’을 후려치기 위해서다. 후보와 지도부 간 ‘투트랙 전략’을 통해 단일화 효과는 유지하되, 안 후보와 국민의당 ‘몸 값’을 떨어뜨려 흡수합당 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 같은 반응은 합당 등의 후속조치가 대선 이후 곧바로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하면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합당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의 사전 투표율은 역대 최고(36.93%)를 기록했다. 안 후보를 향한 단일화 후폭풍은 ‘예상치’를 웃도는 분위기다. 여기에 투표함 투입방식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100만 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율까지.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볼 수 없었던 변수들이 선거 막판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여건을 고려하면, 안 후보의 정치생명은 이번 대선결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후보가 당선돼도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지만, 만에 하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후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10년 간 계속돼온 ‘안철수의 새정치’가 이번 대선을 끝으로 멈출지, 아니면 계속 전진할 수 있을지 9일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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