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허풍(허경영 바람)’이 분다. 구 의원 한 명 없는 국가혁명당의 허경영 후보가 원내 정당 대선후보들을 누르고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3위(4.7%)에 올랐다.

허 후보는 지난 25일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사가 자체조사 해 발표한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원내 6석의 정의당 심상정 후보(3.5%)와 3석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2.3%)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질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각각 45.5%와 37.2%를 기록했다.

허 후보는 직전 진행된 같은 조사(2.9%) 때보다 1.8% 더 올라 확실한 반등세에 올라탔다는 분석이다. 이 조사는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정기(정례) 조사’로 무선전화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허 후보는 또 함께 진행된 ‘대선 공약으로 본 호감도 조사’에서도 7.0%의 응답률로 윤 후보(41.2%)와 이 후보(36.4%)의 뒤를 이었다. 특히 ‘대선 공약 이행도’에서도 5.3%의 응답률을 보이며 윤 후보(40.3%)와 이 후보(37.5%) 다음 순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허 후보는 그동안 서울시장과 대통령 등 여러 선거에 출마하며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에 해당하는 국민배당금(월 150만원)이나 결혼 수당(3억원) 등을 지급하겠다 공약했지만, 황당하다는 반응만 들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지급된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이 후보의 기본소득이 대선 핵심공약으로 떠오르면서 그동안의 허 후보 공약이 재조명 받고 있다.

허 후보가 내 걸었던 국민배당금이나 결혼수당 같은 대표 공약들은 금액 차이만 있을 뿐 그동안 대통령선거와 서울시장 등에 출마한 거대 정당 후보들의 공약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허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표절했다고 주장한다. 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정치 불신과 함께 그의 공약에 고개를 끄덕이는 일부 유권자들의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허 후보를 ‘기행(奇行)이나 일삼는 괴짜’로 이해한다. 그저 이상한 짓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하는 ‘관종’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함께했던 방송경험에 비춰보면 그는 괴짜도 기인(畸人)도 아닌 ‘천재 마케터’였다. 그렇게 전략적이거나 과학적이진 않지만 ‘허허실실’로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걸 취하는 범상치 않은 ‘사업가’로 느꼈다.

허 후보의 순 재산은 지난해 중앙선관위 기준, 72억 원가량 된다. 2007년 6억 원에 불과하던 재산이 14년 만에 12배 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추정일 뿐이다. 그는 지난 27일 <KBS주진우라이브>에 출연해 “지난해 종합소득세를 55억 원 냈다”며 “강연료는 전부 현금으로만 받는다”고 밝혔다. 허 후보는 지금까지 일곱 번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재산은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의 재산이나 공약 표절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정치 불신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만에 하나 선관위 초청 대선후보 토론 전까지 허 후보의 지지율이 탄력을 받는다면, 이재명 윤석열 허경영의 3자 토론도 가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선후보 토론은 ‘개그콘서트 시즌2’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청률은 대박을 치겠지만.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해 봐도 확연히 다르다. 야권의 유력후보가 현 정부의 사정기관 수장출신인 것도 이례적이지만, 색깔론 등의 이념논쟁이 사라지고 극한의 진영대립과 복수심만 끓고 있는 형국도 특이하다. 또 과거 야당(지금의 여당)의 대표가 야권 선대위의 한 축을 맡는 경우도 처음이고, 45년 간 몸담았던 보수인사가 하루아침에 반대진영으로 넘어간 사례도 낯설다.

안 그래도 국민은 ‘본부장’ ‘대장동’ ‘비호감’ 등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나라 살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군지를 고르기 위해 매일 같이 뉴스와 기사를 들여다보지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늘 부족하다. 그나마 후보토론회가 있어 기대가 됐는데, 이마저 ‘개콘 토론회’가 되면 올바른 판단을 위한 정보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개그콘서트가 곧 다시 전파를 탈 예정이라고 한다. 웃기는 방송은 개콘 하나로 충분하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후보들의 공약과 검증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권이 개콘 토론회만은 반드시 막아줘야 한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안철수 심상정 허경영 3자 단일화다. 허 후보로 단일화 된다면 그건 대세다. 이건 허풍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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