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바람’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자했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당심’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두 번째 도전에 나섰던 대권 길목에서 당내 마지막 경선 고비를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번 대선을 “정치 여정의 마지막”이라 했던 그는 여론조사에선 10% 이상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밀리며 아쉽게 패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 홍 의원은 48.2%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37.9%)을 앞섰다. 그러나 당원 투표에서 34.8%에 그치며 57.77%를 기록한 윤 전 총장에게 크게 뒤졌다.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윤 전 총장은 최종 47.85%를 기록하며 41.50%에 그친 홍 의원을 6.35%차이로 따돌리고 국민의힘 대선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로써 민심에서 우위를 보이는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는 기존 선거의 틀도 깨지게 됐다.

홍 의원은 경선 초반 한자리수 지지율로 시작해 2030의 높은 지지를 기반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많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역전시키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총선 공천 배제와 ‘사실상의 출당’ 및 길어진 복당 과정 중에 돌아선 당원들의 마음을 끝내 잡지 못했다.

그러나 홍 의원이 당심을 얻지 못한 근본 원인은 다른데 있다. 그건 스스로를 ‘독고다이’라 주장하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과격한 발언이나 막말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일방통행 식 불통 행보’다. 당대표 시절 보인 수많은 불통 논란은 소속 의원들조차 ‘독선 정치’라 비난할 정도다.

홍 의원은 자유한국당 대표시절, 당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개최해오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취임 두 달 동안 중진연석회의만 두 차례 열고 7개월이 넘도록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다. 소통 부재라며 거센 비판이 일었지만, 오히려 그는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들을 비난했다.

결국 이런 ‘홍준표 식 마이웨이’는 이번 경선을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선 내내 실언과 망언 릴레이에 휩싸인 윤 전 총장이 일찌감치 조직력에 승부를 걸며 소속 의원 36명과 당협위원장까지 대거 캠프로 끌어들여 세를 불리는 동안 홍 의원은 단 세 명의 현역 의원만 확보하는데 그친 것이다.

일설에는 전체 당협위원장의 70%가량이 윤 전 총장 지지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후반부 홍 의원과의 여론조사 결과가 초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윤 전 총장측은 더욱 공격적인 영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윤 전 총장측의 당심잡기 전략은 적중했다.

심지어 당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이었던 장재원 의원과 경남도지사 당시 행정부지사였던 윤한홍 의원까지, ‘홍준표계’로 분류됐던 인사 대부분이 윤 전 총장 캠프로 갔다. 아무리 ‘독고다이’를 강조하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외쳐도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 하물며 대선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홍 의원은 경선 결과를 앞두고 “대통령은 하늘 문이 열려야 된다”고 했다. 유명한 영문 격언 중에도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홍 의원은 이런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의 문제점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정치인이 정치를 그만두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 경우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것과 조용히 사라지는 것. 더불어민주당 경선 2위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정계 은퇴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차기’ 도전에 의욕적인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1952년생이다. 홍 의원은 이보다 두 살 적은 1954년생이다.

네 번 도전 끝에 대선고지에 오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 당시 나이는 74세였다. 물론, 5년 후의 정치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 얘기는 ‘누구에게나’ 대선이 열려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건 5년 전에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그랬다. 아니 그전엔 지금보다 더했으면 더했다.

홍 의원은 “26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고 핑계만 댈 게 아니라 당장 패배의 원인과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 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그래야 부활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끝내 독고다이를 고집하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외치기만 하겠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지만.

독일 정치가 비스마르크는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이라 했다. 홍 의원의 페이스북엔 “국민의힘이 아니라 홍준표를 지지했다. 나의 대통령. 차기 대선을 노려라”등의 응원글이 쇄도한다. ‘독고다이 홍준표’의 패착은 주변 사람을 챙길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대한민국에 김건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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