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바야흐로 ‘안철수의 시간’이 도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제1야당의 자중지란을 틈타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이 동시에 전개되며 ‘과체중’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윤 후보는 최근 선대위를 전격 해체하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하며 새 선대위를 띄우긴 했지만, 지지율 급락까진 막지 못했다. 되돌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후보단일화는 불가능할 것 같다. 말이 쉽지, 단일화게임은 사실상 후보나 당의 모든 것을 건 정치도박이다. 지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역대 성공한 단일화도 없지만, 패배 후 재기에 성공한 예도 없다.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당시, 정몽준 측으로 건너갔던 한 인사는 18년 동안 야인생활을 했다.

일단, 후보단일화가 시작되려면 체급이 맞아야 한다. 엇비슷한 지지율이 일정기간 지속돼야 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안 후보는 ‘마의 20% 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당내 분란이 잦아들며 30% 대 지지율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15% 이상의 안정적인 지지율이 계속되면, 안 후보의 완주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15%는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고, 내년 지방선거도 기약할 수 있는 득표율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지방선거를 통해 복귀했고, 이를 기반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이번 ‘3·9대선’은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 후보가 15% 이상 득표한 후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는 ‘천지차이’다. 때문에 안 후보가 이번 대선을 마지막 정치여정으로 삼을 생각이 아니라면, 최종후보가 될 수 없는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특히 단일화게임에서 패할 경우 ‘또 철수’ 했다는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재기 불능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또 단일후보가 된다고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자신으로의 단일화와 확실한 대선승리가 담보되지 않는 한 안 후보의 후보단일화 참여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 역시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이 어떤 세력인가. 강력한 결집력으로 민심을 거스르며 ‘거물 홍준표’를 몰아내고, ‘정치신인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옹립한 당이다. 국회의원 106석의 제1야당이, 권력의 모든 것을 세석짜리 미니정당에 통째로 넘긴다는 게 가능하겠냐는 말이다.

DJP연합(김대중·김종필 공동정부) 식의 연정도 쉽지 않다.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했던 DJP연합은 정권창출엔 성공했지만, 합의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종국엔 파경을 맞았고, JP 당(자유민주연합)은 공중분해 됐다. 지난 4·7서울시장보궐선거 단일화로 안 후보가 얻은 전리품은 부시장 자리 하나다.

시간도 촉박하다. 후보단일화 ‘마지노선’은 투표용지에 이름이 박히기 전까지다. 인쇄 후 단일화는 사표발생 문제가 생긴다. 이는 박빙의 구도가 예상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락을 가를 수 있을 만큼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렇게 보면, 단일화 시한은 다음달 14일까지다.

지금부터 시작한다 해도 물리적 제약이 많다. 특히, 여론조사는 문항을 어떻게 짜고 대상을 누구로 하느냐 등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 또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언제 어떤 사건이 판을 다시 흔들지도 알 수 없다. 협상 중에도 지지율이 출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협상이 결렬되면, 그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어부지리를 챙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야권은 공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고, 이는 결국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빠진다는 건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준석 산’도 넘어야 한다. 이 대표는 현재 단일화에 가장 부정적이다. 이 대표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하다. 안 후보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그렇지만 만에 하나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 당권이 안 후보에게 넘어간다면, 지방선거를 통해 ‘큰 꿈’을 이루고자하는 이 대표의 정치적 야망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단일화가 불가능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윤 후보와 결별한 김종인 전 위원장도 “야권에서 현재 단일화 국면을 관리할 사람이 없다”며 “서로 자기 욕심을 부리다가 안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며 언론에 전한 말이다.

그러나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두 후보가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며 극적인 단일화를 이뤄낼 수도 있다. 그런 장면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아니면 각자도생의 길을 갈지 설 연휴가 시작되는 이달 말쯤이면 드러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단일화가 곧 대선승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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