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선거는 프레임(frame·구도) 싸움이다. 프레임이론은 ‘대중의 사고(思考)를 먼저 규정하는 쪽이 이긴다’는 개념이다. 상대가 규정한 틀(frame)을 반박만 하다보면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선거캠프마다 유리한 프레임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는 또 ‘이슈 덮기’ 게임이다. 이슈 덮기는 불리한 특정 주제의 비판여론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또 다른 이벤트나 사건을 터뜨려 여론의 이목을 새로운 이슈에 집중시키고자하는 전략이다. 정치적 사건에 대한 국민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예인 스캔들을 보도하는 것 같은 일종의 ‘물타기’다.

대한민국이 지금 프레임 전쟁과 이슈 덮기 게임으로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대선 판이 ‘가족리스크’로 요동치는 가운데, 거대 양 세력이 ‘추악한 경쟁’을 벌이며 유권자들을 혼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정책대결은 없고 오로지 상대후보 가족 파헤치기에 올인하며 막장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학력·경력·수상이력 등과 관련한 ‘문서위조 의혹’ 보도가 확산되자 곧바로 이재명 후보 장남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의혹 기사가 김씨 뉴스를 일거에 덮어버리는 모양새다. 어쩌면 이렇게 ‘적시보도’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

즉시 ‘정치공작’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8일 〈열린공감TV〉는 “윤 후보 핵심 인물인 검사 출신 주진우 변호사가 ‘이 후보 아들 도박 건 등을 터뜨린다고 한 말’이 제보됐다”며 정치공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 변호사는 국민의힘 경선 캠프를 거쳐 현재 윤 후보 측 법률지원팀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공작 여부와 관계없이 프레임론 관점에서 과연 이슈 덮기는 성공한 것일까. 사건과 사건이 부딪히는 양상이 ‘등가교환’처럼 비칠 순 있겠지만, 유권자들이 보고 느끼는 건 그런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의혹제기 이후 후보 측의 해명과 사과 대응까지 꼼꼼히 관찰한다.

이 후보는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 보도가 나온지 4시간 만에 사실을 인정하며 즉각 사과했다. 또 하루 뒤 터진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도 “(아들이) 성매매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 부모 된 입장에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형사처벌 사유가 되면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과에 시간을 끌거나 토를 달지 않았다.

반면, 윤 후보는 부인 김씨 관련 의혹 보도 4일 만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낭독했다.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았다.

다음날 국회 행사 참석 후에도 ‘어떤 부분을 사과하느냐, 허위이력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어제 제 아내를 대신해 국민들께 말씀을 드렸고, 또 앞으로 무슨 사안이 생길지 모른다. 오늘은 그 질문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사과 방식이나 타이밍, 내용 등이 이 후보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대선 투표일까지 79일 남았다. 이 시간은 생각보다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 이 후보 아들의 성매매 의혹이나 윤 후보 부인의 문서위조 의혹 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또 최근 불거진 윤 후보 장모 관련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상수원 생활폐수 유입 문제’도 폭발력이 큰 이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에 따르면, 아파트 350세대가 들어선 공흥지구는 팔당상수원 보호를 위한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1권역’으로 당시의 환경정책기본법상 아파트 건설이 허용될 수 없는 지역이다. 더 중요한 건 천만 서울시민의 ‘젖줄’인 상수원에 600여 주민들의 생활폐수가 매일같이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의도에선 ‘후보교체론’이 심심찮게 나돈다. ‘12월 위기설’과 함께 ‘후보교체를 먼저 하는 쪽이 대선에서 이길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양 진영 경선 차점자인 이낙연 홍준표 두 사람은 선대위에 형식적으로만 참여하고 있을 뿐, 여전히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잠행 중이다. 홍의원은 최근 “운명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연말 전후까지 지지율 경쟁에서 밀리면 후보교체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차범위 밖 결과가 지속되면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다. 적어도 선거 두 달 전까지는 교체해야 승산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번 주가 분수령이다. 그럼에도 교체 없이 간다면 대선은 끝났다고 봐야한다. 금주의 여론조사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사생결단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에서 어느 후보가,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며 최종 승자가 될지. 연말쯤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