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신속성·정확성 부족하다 판단한 2030세대
선대위, 김건희 리스크 관리 여전히 하지 못하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 26일 자신의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은 대국민 사과에 대한 칭찬 여론을 형성하려고 하는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롱성 영상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신파극’ 대국민 사과라는 것이다. 김씨의 대국민 사과를 두고 2030세대는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26일 ‘오늘 자 김건희 사과 요약’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대국민 사과 영상에 로맨스 영화 ‘엽기적인 그녀’ OST인 신승훈의 ‘I believe’가 삽입된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은 김씨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다정한 남편’을 묘사했는데 해당 영상에 해당 음악을 배경으로 깔았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차태현 분)가 그녀(전지현 분)의 다음 남자친구에게 당부하는 말을 전하는 장면에 깔린 노래이다.

해당 영상이 게시하자마자 순식간에 퍼지면서 조회 수가 100만을 넘어 200만으로 달려가고 있다. 누리꾼들은 “엽기적인 그녀 시즌2”라는 조롱과 함께 “노래와 사과문 싱크로율이 이렇게 잘 맞다니” 등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국민에게 사과를 하라니 남편에게 러브레터를”이라는 조롱의 댓글도 있었다. 그만큼 이번 대국민 사과가 2030세대에는 크게 반향을 일으켰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2030세대의 이런 반응을 보고 “차라리 아니함만 못한 대국민 사과”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60대 이상에는 감정적인 호소의 대국민 사과였을지는 모르지만 2030세대에게는 조롱의 사과가 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김씨가 이날 대국민 사과에서 윤 후보와의 연애시절과 임신 그리고 유산 등 과거 일화를 언급하면서 감정에 호소했다.

신파극으로 전락?

이런 대국민 사과는 일부 지지층에게는 감성적인 호소로 다가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2030세대에게는 오히려 ‘신파극’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국민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2030세대가 현재 부동층이기 때문에 2030세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대국민 사과가 과연 2030세대에게는 어떤 영향력을 미쳤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때문에 조롱조의 영상이 떴다는 것은 이번 대국민사과가 2030세대에게는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여성’은 아직도 보호해야 할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김씨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30세대는 ‘여성’이라는 존재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30세대는 ‘공정’ 특히 ‘과정의 공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씨의 사과 내용에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한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선언을 했다면 오히려 2030세대는 공감을 받았을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대국민 사과를 통해 2030세대의 이탈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들은 왜 조롱 영상 올렸나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MZ세대와 2030, 여성과 중도가 더욱 멀어지게 될 사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사과나 의혹 해명은 신속하고 정확하면서 충분하게 해야 하는데 사과가 빠르지 않았고, 충분하지 않았으며 정확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대국민 사과에 대해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같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내용의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60대 이상은 이미 집토끼인 셈이고, 2030세대는 산토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국민 사과는 ‘집토끼’보다 ‘산토끼’에 주력했었어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김씨를 중심으로 선대위가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번 김씨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김씨가 직접 초안을 작성하고, 윤 후보가 이를 검수하고, 선대위 일부 극소수 인사만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이날 대국민 사과 이전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교감해야 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이들과 교감을 했다면 이런 식의 대국민 사과문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즉, 선대위가 아직도 김건희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씨는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당에서는 전혀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김씨가 비공개 봉사활동 등 유권자들과 간접 소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선대위에서 김씨에 대해 관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에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앞으로 선대위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선대위가 이번 대국민 사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을 했다면 2030세대에 조롱을 받을 내용의 사과문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 목소리 담지 못하고

이는 선대위에 2030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그릇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가 영입한 청년 대변인 등이 참여를 하지 못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상임선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2030세대 마음을 대변할만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즉, 선대위에서 2030세대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 얻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씨의 대국민 사과뿐만 아니라 최근 윤 후보의 언행 등을 살펴보면 과연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선대위의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충분하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