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승복 언급한 후 언론에서 사라진 이낙연
이재명은 컨벤션 효과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이재명 대세론 형성돼야 이낙연 등판 가능성도
서울 종로 무공천 놓고 팽팽한 신경전 벌이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들어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 그것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선거운동에 등판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선 경선 당시 비쳐진 지지자들의 갈등을 아직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이 후보로서는 이 전 대표의 등판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선판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탈당 요구?
지난 15일 이재명 후보는 유튜브 채널 ‘이재명 TV’에 출연, 누리꾼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 후보는 갑자기 “내가 민주당 후보인데 왜 탈당을 하겠나”라는 답변을 했다. 그 이유는 한 누리꾼이 ‘사사건건 정부와 민주당 발목을 잡는다’면서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이 후보는 “나보고 탈당하라는 건가”라며 “그건 아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TV라는 것은 이 후보에 대한 관심이 있는 지지자들이 접속하는 채널일 수밖에 없다. 그런 채널에 누리꾼이 이 후보를 향해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요구한 것은 현재 민주당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경선에 당선된 이후 매머드급 선대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매머드급 선대위가 이슈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선대위를 대폭 줄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많이 변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아직도 이 후보 비토론이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해프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는 아직도 이 후보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것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 후보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보다는 다시 많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중에는 이 후보를 대선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글을 올리기도 한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 상당수가 호남 지지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이 후보에게 호남 민심은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 중 호남 일정을 두 차례 잡은 것도 호남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지자들 마음은
이 후보로서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이 전 대표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이 전 대표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그림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현재 이 전 대표의 그림자도 만질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것은 이 전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매타버스 일정으로 두 차례 호남 방문을 했지만 이 전 대표의 그림자도 밟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전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이 후보의 마음은 더욱 애가 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신복지위원회 출범식에 이 전 대표가 참석할 것을 기대했었다. 왜냐하면 ‘신복지’는 이 전 대표의 대표적 정책이며,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기구가 신복지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언론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날 참석할 것이라는 기대의 보도를 쏟아냈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은 공지문을 통해 “일부 매체가 보도한 이 전 대표 일정 관련은 사실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17일 경북 지역 인사들과 만나는 일정으로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잠행은 이달 초 이 후보의 매타버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후보가 호남 방문 당시 이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지만 지역 인사들과의 선약을 이유로 끝내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경선 주자였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 후보의 전북 일정에 합류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물론 이 전 대표는 지난 10월 24일 이 후보와의 회동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그 이후 별다른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후보와 함께하지 않을 뿐이지 지역 인사들에게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 전 대표 본인의 정치를 위해 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대장동 이슈나 이 후보 장남 불법 도박 의혹 등 각종 이슈에 의해 이 후보가 낙마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노력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이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권 심층부에서 ‘이재명으론 안 된다’는 등 패배적 상황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며 “이 후보의 낙마·중도하차설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한 “플랜B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전국 순회 행보는 곧 12월 대란설과 낙마설의 예고 행보라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의 행보가 멈추지 않는 한 12월 대란설과 낙마설은 잠재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민주당 출신이었다는 점을 비쳐볼 때 단순히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발언은 아니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장 전 의원은 “민주당원과 국민 2만3480명이 이 후보를 부적격자로 판단하고 이 후보에 자격정지 가처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의 캠프 보이콧도 길어지고 있고, 갈수록 이 후보에 대한 586 운동권의 거부가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해당 발언에 대해 민주당 안팎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일축하고 있지만 그만큼 이 전 대표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재명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대선 경선이 끝났지만 이 전 대표 지지 인사 중 일부는 아직도 이 후보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이상이 제주대학교 교수다. 이 전 대표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인 이 교수는 틈만 나는 대로 이 후보를 민주당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이 교수를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 당원 게시판이 현재 잠정 폐쇄된 상태다. 그 이유는 계속해서 이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이 후보가 후보 사퇴를 하고 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당원 게시판의 잠정 폐쇄에 대해 일부 당원들은 민주당이 독재 정당이냐면서 반발하고 있지만 잠정 폐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일부 당원들이 이 후보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이 전 대표로 후보가 교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 후보의 아들 문제가 거론되면서 교체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와 선대위는 이런 교체론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노력은 허사로 돌아가고, 계속해서 일부 당원들은 꾸준하게 후보 교체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낙연은 어디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은 이 전 대표의 행보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잠행을 하면서 그에 따른 후보 교체론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후보 교체론은 계속해서 제기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이 후보를 계속 옥죄어 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가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지방 일정을 이유로 잠행이 너무 오래 길어지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제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 전 대표가 등판해서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일부 당원들이 제기하는 후보 교체론이 잠잠해진다는 것이다.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지난 15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 특히 진보뿐만 아니라 합리적 중도 보수의 자산을 총동원해야 한다”면서 “이낙연 전 대표가 본격적인 역할을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 측도 곧 등판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전 대표가 경선을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 후보에게 지원을 약속한 만큼 선거운동을 아예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그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후보 측으로서는 답답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전 대표 측은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무조건 등판만 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이 전 대표가 언제 등판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리스크가 점점 커지게 된다면 그에 따라 이 전 대표의 등판이 늦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이 전 대표의 등판이 빨라질 수도 있다. 이 후보 대세론이 생기게 된 상황에서는 이 전 대표가 뒷짐을 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후보의 대세론이 계속 형성된다면 이 전 대표의 등판은 늦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유로 향후 몇 주 동안의 여론 동향을 살펴보고 등판 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이 후보 측 사람들 중에 강경파는 이 전 대표의 등판을 바라지 않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 전 대표의 지원을 기다리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표의 지원은 ‘상수’가 아닌 ‘변수’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의 셈법
이 전 대표가 등판을 한다면 형태는 전북 지역을 이 후보가 순회할 때 함께 동행 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텃밭이 전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이 후보 측 일부 사람들은 이 전 대표가 전북 일정을 함께 소화한다고 특별히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겠냐는 이야기도 한다. 이 전 대표가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 효과가 더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 전 대표가 수도권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 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또한 이낙연계 사람들과의 회동을 통해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낙연계 사람들 중에 선대위에 들어왔어도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향해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면 팔짱을 끼고 있었던 이낙연계 사람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이 후보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계 일부 사람들은 이 전 대표가 등판을 하지 않는 것에 애가 탄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내년 대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6월에는 지방선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등판을 해서 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이낙연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고, 그에 따라 공천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전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낙연계 인사들 중 일부 사람들은 이 후보 선대위에 합류를 했다. 이들이 선대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 방법은 이 전 대표가 등판을 해서 이재명 대세론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공천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이낙연계는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등판을 해서 이 후보를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등판은 앞서 언급한대로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최근 당 지도부가 서울 종로를 무공천할 뜻을 내비쳤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이낙연계 일부 인사들은 무공천은 이 전 대표를 모욕하는 일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 대표의 등판은 생각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전 대표의 등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 후보는 더욱 애가 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간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지지층의 분열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만남의 자리를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