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기발한 대선 전략’이 화제다. 윤 후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인 김건희씨의 대선기간 중 등판’과 관련해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며 “(등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본인이 전시하고 본인 일 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나설 순 있지만 남편 정치하는 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하게 되면 청와대 제2부속실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하는 조직이다. 윤 후보는 “폐지하는 게 맞다.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다. ‘허위경력 기재’ 등 부인 김씨 관련 문제가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하며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자 김씨를 아예 선거판에서 배제하겠다는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영부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제2부속실 예산을 없앤다고 실존하는 부인이 사라지거나 ‘가족 검증’이 중단되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이혼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부인 김씨를 청와대 밖 ‘사저’에 따로 살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5년 동안 청와대 경내에만 머물도록 해서 바깥출입과 모든 대내외 활동을 금지시키겠다는 얘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사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청와대 밖에 거주한다는 것도, 청와대 안에만 갇혀 지낸다는 것도, 검증을 회피하겠다는 것도 모두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국민은 윤 후보 발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부인 김씨 문제가 워낙 시끄럽다보니, 투표일까지 만이라도 위기를 모면 해보려하는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유권자 앞에서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당선되면 결국 슬그머니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을 거라는 얘기다.

국민 대다수는 대선후보의 가족 검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전국지표조사, NBS)가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의 위상을 고려할 때 후보자 가족의 검증은 당연하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68%다. ‘대통령을 뽑는 자리에 후보자 가족까지 검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28%, 모름·무응답은 4%였다.

윤 후보의 기발한 또 하나의 대선 전략은 ‘토론 무용론’이다. 윤 후보는 지난 25일 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 토론에 대해 “정책 토론을 많이 하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 싸움밖에 안 나온다”는 토론 무용론을 폈다. 토론 불참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러다 법정토론마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

당장 이 후보는 “(윤 후보가) 과태료를 내고 (법정 토론에도) 안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후보 발언 하루 뒤 출연한 KBS 일요진단에서 ‘윤 후보가 법정 토론만 하겠다고 한다면 별 도리가 없지 않냐’는 물음에 “방법이 없다. (법 개정도) 불가능하다. 선거를 앞두고 경기 직전에 룰을 바꾸자면 합의가 되겠나, 특히 (공직)선거법은 어차피 (여야) 합의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강행 처리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참으로 과감하고 대담한 전략이다. 대선 후보 토론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후보로서의 정책과 자질을 선보여야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어느 후보에게 우리의 5년 미래를 맡겨야 하는지,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위해 임해야 하는 후보의 당연한 책무다. 이는 알권리 차원을 넘어서는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토론을 통해 싸우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든 그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그나마 법정 토론은 총 세 번뿐이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거침없이 던질 수 있을까. 이는 아마도 지지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인 김씨는 물론 장모 최씨 문제까지, 이른바 수많은 ‘처가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지금까지의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선두를 유지해왔다. 이러다보니, 윤 후보 입장에선 두려울 게 없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대담한 전략의 배경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윤 후보 부인 김씨의 대국민 사과는 의혹이 불거 진지 12일 만에 이뤄졌다. 사과 한 번 했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영부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토론에 불참한다고 해서 검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의 지지율이 끄떡없다면 그건 ‘대세’로 봐야 한다. 금주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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