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 투데이신문 윤철순 정치부 부장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특검을 동시에 추진하되 “특검 임명권을 교차로 행사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장동의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특검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역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고발사주 의혹 특검 임명권은 여당이 갖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검 임명권은 야당에 넘기라”면서 공정한 수사를 위해 상호 불리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교차 지명’하자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도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에게 이 대표의 제안을 받으라며 가세했고, 적지 않은 언론들이 동조의 사설을 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임명한 특별검사가 고발사주를, 국민의힘이 임명한 특별검사가 대장동 사건을 각각 수사하게 된다. 이른바 ‘쌍특검’이다. 두 후보 모두 제기되는 의혹에 떳떳하다면 이 제안을 회피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얼핏 들으면 이 대표의 제안이 대장동과 고발사주 의혹을 해소시킬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어 타당한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엔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먼저,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하는 문제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지만, ‘사실’이 드러난다 해도 교차 지명에 의한 ‘편향된 특별검사’의 수사결과를 양쪽 모두 깨끗이 인정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수사진행이나 결과에 따라 대선이 좌우된다면 이로 인한 후유증은 상상 이상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양 특검의 수사결과가 ‘비슷하게’ 나와도 문제지만, 만에 하나 한쪽으로 치우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혼란은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땐 특검의 신뢰성은 별개 문제가 된다. 밀리는 쪽에서 가만히 앉아 당할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의 분노는 당장 ‘특검이 정권을 헌납했다’, ‘특검을 특검하라’며 정치권을 거세게 압박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특별검사 임명권을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문제지만, 중요한 건 교차 지명을 통한 편향된 특검의 수사는 ‘중립성’이 심각히 훼손돼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특검이 동시에 진행되면 왜곡되고 오염된 수사결과와 기소가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특검 기간도 문제다. 특검 합의까지의 시간도 그렇지만 통상 특검의 수사개시일은 특별검사 임명 이후 수사에 필요한 시설 확보와 특별검사보 임명 요청 등 직무수행에 필요한 준비 기간만도 20일이나 소요된다. 이 기간엔 담당사건에 대한 수사도 못한다.

또 60일 이내에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공소제기가 안 되면, 기간은 30일 더 연장된다. 여기에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대통령 및 국회 보고, 법무장관 서면 통지 기간 등을 감안하면 대선 전 결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대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왜곡된 수사 정보가 악의적으로 새나오면 특검은 물론 대선 판까지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우여곡절 끝에 대선이 끝나 정부가 출범한다 해도 ‘특검에 의해 결정된 정권’의 정당성 문제는 새정부 임기 내내 발목을 잡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특검 결과와 검찰수사의 ‘비교 값’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열한차례의 특검 중 지난 2001년의 ‘이용호 특검’과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을 제외하면 모두 검찰수사 이상의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심각한 건 대통령을 주권자인 국민 손으로 뽑는 게 아닌, 특별검사가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가뜩이나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은데, 이런 과정을 통한 대통령 선출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생결단’ 식으로 전개되는 대권 전쟁에서 특별검사가 대통령을 결정한다고 하면 어느 주권자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냐는 것이다.

특검 대안으로 설치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미진함’과 검찰에 대한 국민불신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특검 결과와 검찰수사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름의 위안이다.

비록 검찰의 대장동 수사와 공수처의 고발사주 수사에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선 쌍특검보다 두 기관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추진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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