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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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배가 후배의 일상 챙기며 상담·교류 지속하는 개별 상담 제도 도입에 나선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상담자의 자질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관련 예산을 빠르게 소진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업에 불과하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11월부터 교육회복 지원을 위한 ‘선배동행제’가 시행된다.

선배동행제란 도내 초·중고등학교 중 한곳 이상을 졸업한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교육전문가, 퇴직교원 등 성인이 선배동행자라는 이름으로 재학생인 후배동행자들의 일상을 챙겨주고 고민을 들어주며 조언하는 개별 상담 제도다.

이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기도교육청만 추진하는 교육회복 프로그램이다.

선배동행자는 초·중·고등학교 교사 추천, 대학교(원) 교수 추천, 교육 관련 기관장 추천 등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또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선배동행자 희망자를 모집선발하거나, 지원자 평가 후 자체 선발하기도 한다. 운영학교 학생 및 학교 특성에 맞춘 기준에 따라 선·후배 연결도 가능하다.

선배동행자의 역할은 전문적인 상담이 아닌 일상적 대화와 고민을 주제로 학교생활 안내, 학습 동기 유발, 진로, 심리·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소통은 화상통화나 대면접촉 방식이 아닌 SNS(누리 소통망 서비스)나 메타버스(가상확장세계)를 활용해 비대면 온라인 대화 방식으로만 월 20회 이상 진행된다.

선배동행제는 내년 2월까지 중2와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시행되고, 만일 다른 학년에서 희망자가 나올 경우 후배동행자가 확대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선배동행 제도를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관심과 대화, 안정과 교류, 존중과 나눔을 실천하고 비대면 대화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확장된 가족을 형성해줌으로써 선후배 모두가 성장하게 될 거라고 기대한다.

경기도교육청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후배동행자 5명 당 선배동행자 1명이 배정된다고 가정하면 올해는 5000~6000명 정도의 선배동행자가 위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수가 있을 수 있어 6000~6500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활동 시간에 대해서는 “후배동행자의 입장에선 일과가 끝난 후에, 선배동행자의 입장에선 본인의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한에 이뤄져야 한다. 관계가 맺어진 동행자끼리 일정한 룰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두 사람의 몫으로 남겨둘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사업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 부분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확인 방법은 선배동행자들이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적시할 순 없지만 몇시에 어떤 학생과 대화를 나눴는지 정도를 기록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후배동행자 관리는 담임선생님 중심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배동행자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도내 초·중·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공통 조건을 줬지만 학생의 성향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줄 순 없다. 때문에 학교마다 세부 규칙이 있고 그걸 따르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도교육청의 선배동행자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큰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검증이 미흡한 선배동행자의 자질과 더불어 범죄 악용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도교육청에서도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충분한 선제적 조치와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업을 앞두고 각 학교 교장·교감 선생님과 논의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교육청에서 현안에 관한 문제를 관리하기로 했다. 다만 학교에서는 최대한 검증된 선배동행자를 선발하는 노력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당부드렸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교육청이 핫라인을 통해 나서겠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원단체에서는 학교 현장을 전혀 모른 채 주어진 예산을 빠르게 소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경기교사노조 소속 교사 A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육청의 취지는 외부에서 쉽게 생각해 나온 결과다. (그동안 선배의 멘토링 활동은) 3학년을 갓 졸업한 학생들을 선생님이 직접 섭외해 어떤 내용이 오갈지 아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동기부여와 학교생활을 돕는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라포(rapport, 상호신뢰관계) 형성이다. 그것도 안 된 상태에서 학생들이 진지한 얘기를 하지도 않을뿐더러 학원 다니고 자기 시간 보내기도 바쁜 상황에서 이 같은 형태의 멘토링이라면 현실적으로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해당 사업의 당사자인 학생들 또한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A씨는 “학생들에게도 직접 물어보니 시간 여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장난이지만 ‘선배 형한테 멘토 지원하라고 하고는 실제 참여하진 않고 금액만 나눠 가져도 되냐’, ‘예쁜 누나였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나왔다. 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실제 약용될 소지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욕만 가득할 뿐 학교 사정을 고려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며 “선배동행 사업에 대해 ‘또 다른 가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좋은 말로 포장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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