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삼성전자서비스가 설치‧수리기사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2인 1조 근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19일 삼성전자서비스는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설치‧수리 기사들의 2인 1조 작업을 강화하기로 결정, 내달부터 개선된 프로세스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따르면 2인 1조 근무에 대한 내부 기준은 이미 마련돼 있는 상태다. 대형가전제품이나 이단적재, 고소작업 등에 대해서는 잠정적으로 2인 1조 근무를 결정한 후 설치기사가 현장에 방문, 최종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작업 물량이 몰리는 하절기에는 현실적인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 방문 후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추가 인력을 요청해도 다른 설치기사들 역시 고객과의 일정이 잡혀 있어 변경이나 조정이 어려웠던 탓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는 2인 1조 작업을 현장에서 최종판단하지 않고 고객 접수 과정에서 미리 확인해 배정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크기나 중량 등 제품의 특성으로만 2인 1조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환경에 대한 보다 세분화된 기준을 통해 효율적인 인력 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kg이 넘는 세탁기나 75인치가 넘는 TV라 하더라도 제품의 이동이나 분해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1명을 배치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단순 수리나 소프트웨어 점검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중량이 무거운 제품이라도 2인이 방문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전체 수리 작업 중 2인 1조 구성이 필요한 경우는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고객 접수 과정에서 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질문으로 이 같은 내용들을 확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작업 물량이 몰리는 하절기에는 외부 보조 인력을 지원해 2인 1조 근무를 강화하고 위험상황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프로세스 개선 조치가 빠르게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9월 발생한 수리기사의 감전사고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40대 수리기사 A씨는 고객의 집에서 세탁기를 수리하던 중 감전돼 쓰러졌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와 관련 전국금속노조는 지난 10월 초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실적압박과 안전대책 부재 등으로 인해 A씨를 비롯한 설치‧수리기사들이 2명이 해야할 일을 1명이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규탄한 바 있다.

가전제품 설치‧수리 기사들의 작업환경에 대한 안전 확보는 요구는 삼성전자서비스는 물론 동종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2명이 1조로 근무하게 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고 유사시 긴급신고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와 합의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12월부터 도입하는 한편, 작업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쌓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고객들이 접수 할 때부터 정교하게 질문해 증상에 따라 2인 출장 여부를 바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라며 “수리기사들의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고 전산 작업을 거쳐 다음 달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번에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고객 답변 데이터를 계속 쌓아나가며 현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2인 작업이 요구되는 근골격계 부상 및 추락사고 우려 현장 외에 감전사고 방지에 대해서도 따로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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