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기관투자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투자 기업인 BYC에 대해 공개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이에 이번 트러스톤의 주주행동이 8년 전 만도 사례처럼 BYC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트러스톤은 금융감독원 지분공시를 통해 BYC 지분을 기존 7.82%(4만8817주)에서 8.13%(5만780주)로 늘렸다. 투자목적 또한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고 BYC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본격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트러스톤은 주주명부와 이사회 회의록, 회계장부의 열람·등사 청구와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는 물론 이사해임 요구 및 주주제안권 행사 등 제반 주주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트러스톤이 지분 대량보유공시를 한 종목은 130여개에 달하지만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사례는 창립 이래 처음이다.

이 같은 트러스톤의 적극 행보 배경으로는 BYC 오너일가의 폐쇄적인 경영이 지목된다.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속옷업체 BYC는 그간 내부거래 의혹에 휘말리는 등 투명 경영에 대한 이견으로 주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트러스톤은 BYC 창업주 한영대 전 회장의 손녀(한지원), 손자(한승우)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의 내부거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자 BYC 한승우 상무가 58.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한에디피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65억8370만원으로 이중 특수관계자 간의 매출액 비중은 35.0%(23억372만원)다.

특히 부동산 매매와 임대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신한에디피스의 경우 1992년생인 한승우 상무의 경영 승계 진행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BYC가 지난 3월 최대주주를 남호섬유에서 신한에디피스로 변경한 것 또한 3세 경영승계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러스톤은 이런 특수관계인 간 내부거래가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행위가 실적에 미친 악영향으로 주가가 저평가되면 증여세를 줄이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40년 가까이 재평가되지 않은 부동산 자산 문제도 거론됐다. BYC의 지난해 말 기준 연결 자산총액은 6791억원이며 이중 투자부동산은 4942억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해당 부동산은 1983년 이후 재평가되지 않은 상태다. 소액주주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지난 7월 배당 증액과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며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트러스톤의 이번 주주행동으로 인해 BYC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트러스톤이 지난 2013년 3월 만도의 계열사 편법 지원을 반대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후 이뤄낸 변화 때문이다. 

당시 한라건설 유상증자를 막지는 못했지만 만도는 주요 주주들의 뜻에 따라 계열사 편법지원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새로운 사외이사를 받아들인 데 이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계열사에 대한 증자·인수를 이사회 특별결의 안건으로 변경하는 등 정관 개정까지 나서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BYC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 기한은 내년 1월 10일까지다. 해당 답변에 따라 향후 공방 여부가 갈리게 될 전망이다. 

다만 트러스톤의 요청 사항은 지난 1년간 BYC 경영진과 진행된 비공식 면담 과정에서 꾸준히 언급됐던 사안인 만큼 답변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와 관련 BYC 측은 해당 건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BYC 관계자는 “주주의 제안이 담긴 서한인 만큼 반영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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