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봉합·온라인발매 등 급선무 난제 수북
임기 내 ‘혁신’ 가능할까…회의적 관측 제기

6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에서 열린 제38대 한국마사회장 취임식에서 정기환 신임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에서 열린 제38대 한국마사회장 취임식에서 정기환 신임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마사회 정기환 회장이 취임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가운데 조직 내부 부조리와 경영 악화 등 복잡한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회장은 전임 회장의 인사비리 의혹으로 인한 내부갈등과 고(故) 문중원 기수의 유서로 폭로된 승부조작 의혹 등 내부 부조리는 물론, 경영상태 악화, 공공기관 경영평가 최하등급, 온라인 마권 발매 관련법 국회 통과 등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마사회는 전임 회장 퇴진 이후 7개월 가량의 CEO공백이 있었던 만큼 내홍 수습과 경영 정상화에 어느 때보다 조직 내외부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정 회장 역시 취임과 함께  ▲공공성·공익성 강화 및 혁신방안 추진 ▲참여형 경마산업 생태계 조성 ▲미래지향적 사업모델 설계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청렴하고 일하는 조직문화 조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정 회장이 적폐청산위원회를 이끌면서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며 임기 내에 유의미한 개혁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마사회 김우남 전 회장
한국마사회 김우남 전 회장[사진제공=뉴시스]

경영진 책임론 불러온 내부갈등

정 회장 취임 이후 마사회에서 가장 크게 회자된 부분은 내부갈등 문제다. 마사회는 측근 특혜 채용 의혹과 갑질‧폭언 논란을 빚은 김우남 전 마사회장의 해임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유니콘지회)는 김 전 회장의 인사발령으로 교체된 전임 인사담당자들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인사부가 생성한 문서들을 개인 암호를 걸어 5개월간 업무 방했으며 수기결재문서 및 인사 참고자료 등 일부 자료를 은폐했다고 주장하면서 인사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유니콘지회 측은 지난달 7일 마사회 직원 3명을 공공기록물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과천경찰서에 형사고발했다.

유니콘지회는 “승진을 앞두고 규정을 개정해 서열명부를 뒤집고, 징계를 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를 무시하는 등 지난 4년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특혜를 입었는지 은폐되고 사라진 문서들을 열어보지 않는 한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윗선의 지시나 조직적인 비호가 없이는 도저히 감행할 수 없는 일탈행위로 문서은폐의 배후가 누구인지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기업이기 때문에 내부 인사자료는 현행법상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

이 문서가 자의적으로 은닉‧폐기됐다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다. 이 법 27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폐기할 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소관 기록물관리기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만약 이 조항을 위반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 기록물관리 지침에도 ‘처리과에서는 일체의 기록물을 폐기할 수 없으며, 기록물 폐기는 기록관(기록물관리부서)으로 해당 기록물을 이관하고 보존기간이 경과한 후 반드시 기록물 평가절차를 거친 후 폐기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때문에 유니콘지회 측은 마사회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대응하지 않았다면서 경영진을 향한 책임론까지 제기,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들은 “혐의자들이 증거인멸을 하기 전에 사측이 신속히 수사기관에 고발했어야 하는 사안이었는데 사측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지금까지 감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핵심 혐의자는 지금도 감사실의 간부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복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9월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경마 온라인발매 입법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갈길 먼 ‘온라인 마권 발매’…처리 시점 불투명

정 회장은 내부 갈등 해소라는 시급한 사안과 함께 마사회의 숙원 과제로 꼽히는 온라인 마권 도입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16일 취임식을 열고 “최우선 과제인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상반기 내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경마 중단 장기화로 약 2만3000명의 종사자와 3조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말 산업 피해규모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마사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마가 제대로 열리지 못해 마권 판매 수익이 사실상 중단된 바 있다. 그 결과 영업실적 악화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마사회는 지난 2020년 4604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마사회의 향후 전망 또한 밝지 않다. ‘2020년~2024년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서도 오는 2024년까지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말 산업의 90% 이상이 경마에 의존하고 있고 경마 중단으로 생계위협을 받고 있는 말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 온라인 마권발매이기 때문에 관련 법안 추진을 마사회의 최대 과제로 꼽는다.

온라인 마권발매 관련법인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발의돼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계류돼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은 4건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윤재갑 의원, 국민의힘 정운천‧이만희 의원이 각기 동일 내용의 법안을 지난 2020년에 발의했지만 아직 소관위 심사에 머물러있다.

문제는 여야가 선거 운동 체제로 돌입하면서 해당 법안의 통과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법률 도입을 논의하는 첫 단계인 상임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에 상정돼야 하는데 오는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 선거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사회 관계자는 “작년부터 계속 노력 중”이라며 “법안 통과를 위해 주무부처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과천 서울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질주를 하고 있다.
경기 과천 서울경마장에서 경주마들이 질주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영평가도 최하…어깨 무거워지는 정 회장

영업실적 악화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마사회는 경영 평가마저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마사회는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공분을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보다 낮은 평가등급을 받은 유일한 공기업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마사회는 최하위 평가인 E(아주 미흡)등급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초 경영평가 항목 중 하나인 공공기관 고객만족도를 마사회가 조작했다는 의혹을 확인한 바 있다. 감사원은 마사회가 2016~2018년 고객만족도 조사를 앞두고 조사표본에 직원 가족 등 지인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작성, 전국 32개 지사에 내려 보낸 것으로 판단했다.

또 45.3%에 달하는 경마장 기수의 높은 재해율 역시 경영평가 점수를 악화한 요인으로 파악됐으며 이외에도 고 문중원 기수가 유서로 폭로한 경마 승부조작 의혹, 부산경남경마공원 조교사 개업심사 비리 의혹 등의 내부 부조리와 더불어 매출 증대를 위한 불법 베팅룸 운영 의혹 등 비리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이에 윤리경영 및 안전관리 미흡, 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3등급,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4등급 등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총체적 경영부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개혁을 통한 신뢰 회복 기대감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신임 회장이 마사회 전 상임감사위원이었는데 저희가 알기로는 이른바 마사회 내 적폐세력을 비호했던 사람이었다”라며 “그래서 마사회가 실제 혁신할 가능성 낮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앞서 대책위는 정 회장이 마사회 회장 후보로 선임됐던 지난해 12월 ‘한국마사회 신임회장 후보에 마피아 선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 전 감사는 마사회 감사로 3년간 재직하면서 마사회 고객만족도조사 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를 징계하며 탄압하는데 앞장선 사람이고 고(故) 문중원 기수를 사망에 이르게 한 당사자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해 적폐를 뒤덮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 회장은 한국 가톨릭농민회 소속으로 농촌‧농민 권익보호를 위한 운동을 해왔으며 아시아인 최초로 제12대 가톨릭농민회국제연맹(FIMARC)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특히 2019년 마사회 적폐청산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정 회장이 임명되면서 ‘내부 화합’과 ‘투명한 조직 구성’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대책위 관계자는 “적폐청산위원회는 무의미한 위원회”라면서 “보고서 하나 내고 활동도 거의 없었다. 위원회가 아무런 역할을 못했던 곳으로 생색내기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얼마나 회장직을 유지할지 모르지만 현 신임 회장 체제에서는 마사회가 혁신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문중원 기수와 말 관리사분들이 돌아가셨을 때 문제가 다 해결된 게 아니고 언제든 재발 될 수 있기에 말 산업 종사자 말단에 있는 기수나 말 관리사들의 처우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정 회장이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면 마사회 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만든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혁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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