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기간 최선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겠다”
조계종 종정 추대법회 참석 전 차담에서 발언
서울경찰청, ‘옷값 특활비 의심’ 건 수사 착수
탁 비서관, “특활비로 김 여사 옷 구입 안 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임기 40일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잊혀진 삶을 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도 “퇴임 후에는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에서 열린 조계종 제15대 종정 추대 법회 참석에 앞서 성파 종정 예하,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 의장 정문스님, 호계원장 보광스님 등과 차담을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종정 예하께서 불교계의 화합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대통합을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이제 퇴임하게 되면 통도사 옆으로 가게 돼 가까운 이웃이 되는데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를 경남 양산 사저는 성파 종정 예하가 있는 통도사와 가깝다. 김정숙 여사는 지난 1월 설 연휴 기간 통도사를 방문해 성파 스님의 종정 추대를 축하한 바 있다. 성파 종정 예하는 문 대통령 내외뿐만 아니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와도 오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정 예하는 “종정 추대 법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고, 불교계의 배려에도 감사하다”며 “문 대통령을 전부터 존경하며, 마음으로 가깝게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여기며, 남은 십 리가 중요하다는 뜻의 ‘행백리자반구십리(行百里子半九十里)’를 강조하며,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종교계가 협조하겠다고 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존엄하신 종정 예하를 추대하는 법석에 내외분이 함께해 주셔서 고맙다”며 “예하의 뜻을 잘 받들고 우리 불교 종단을 잘 화합하게 이끌어가도록 노력하겠다. 대통령님 내외분 참석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 서울경찰청, 김정숙 여사 옷값 구입 특활비 의심 고발 건 수사 착수

한편,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구입에 청와대 특수활동비 사용이 의심된다는 고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김 여사를 업무상 횡령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교사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위는 지난 25일 김 여사가 청와대 특수활동비 담당자에게 수백 벌의 고가 의류와 수억 원에 해당하는 장신구 등을 사도록 강요해 국고 손실 위반을 저지르도록 교사했다며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29일 김 여사의 공식 행사 의상은 사비로 부담했으며 특수활동비 사용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임기 중 대통령 배우자로서 의류 구입 목적 특활비 등은 국가 예산을 편성해 사용한 적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며 “순방 의전과 국제행사 등으로 지원받은 의상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프랑스 국빈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한글이 새겨진 샤넬 옷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프랑스 국빈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한글이 새겨진 샤넬 옷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탁현민 의전비서관, “특활비로 김 여사 옷 구입 안 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30일 김 여사 옷값과 관련해 특수활동비(특활비)를 공개하라는 야당 주장에 “정부의 비용으로는 옷값이라든지 사적 비용을 결제한 적이 없다”면서 “특활비에 옷값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 특활비를 공개하면 옷값 문제가 털린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인터뷰에서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전날 “제가 청와대의 특활비 사용문제로 (박근혜 정부 때) 수사받고 재판받고 경험한 입장에서, 먼저 공개하는 게 적절한 처신”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탁 비서관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와 또 심지어는 그 문제를 제기했던 국회조차도 특활비 공개 못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상의 해서 국민적으로 특활비 공개에 대한 요구가 높으니 모두 다 공개하자고 하면 그러면 그걸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청와대가) 실제로 정부를 운영하다 보니 여러 가지 (특활비를) 공개할 수 없는 이유들이 생기고 또 그걸 확인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하라면, 과정을 거쳐 공개를 결정하면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다시피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많이 분노했고, 그리고 거기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여사님의 의상 문제에 관해서는 사비로 진행한다는 걸 원칙적으로 정하고 이 정부가 시작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우리는 임기 초부터 그런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공유됐기 때문에 애초에 어떤 비용으로도 정부 비용으로는 그런 옷값이라든지 사적 비용을 결제한 적 없다”며 “관저에서 키운 개 사료값도 대통령이 직접 부담하시는데 그걸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놀라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의상을 전부 사비로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일 텐데 어떻게 했냐는 사회자의 질문엔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이 문제의 핵심이, 만약에 특활비가 활용된 거라면 의심적인 정황이나 증거를 제시하면서 요청을 해야지 사비로 산 옷에 대해서 그것이 마치 특활비로 활용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탁 비서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 여사가 2억 원이 넘는 ‘까르띠에’ 브로치를 착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떤 디자이너가 개인적으로 작업을 해서 상품을 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디자인 하신 분이 ○○일보의 이런 사태를 보고 며칠 전에 가서 항의를 하셨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그런데 (기사에) 반영이 안 됐다고 (디자이너가) 무척 분통 해 하시더라”면서 “2억 원짜리 아니라고 얘기를 했다고 하던데 그걸 보도를 안 하니 저희야 나서서 얘기하기는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육안으로도 다르고 또 실제로도 디자인 한 분이 따로 있는데 그걸 몰아가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브로치 모조품 착용 지적에 대해선 “그러면 그 디자이너에게 상당히 모욕적인 발언이 되겠다”며 “만약에 그렇다면 까르띠에에서 그 디자이너와 소송을 벌이든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자인 계통에 있는 분들도 모조품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 않냐는 보도를 하나 본 게 있는데, 모조든 진품이든 논쟁하고는 별개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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