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열정 페이’ 사례로 지적
공사, “공간 제공이 사업 목적” 해명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교통공사 본사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교통공사 본사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하철 역사 내 정기공연에 참여 중인 예술인들이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공사는 본래 사업 목적이 공연 공간만 제공해주는 것이라 해명했다.

문화예술노동연대(이하 예술연대)는 지난 12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공사에게 정당한 공연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예술연대는 공연예술인노동조합, 무용인희망연대, 뮤지션유니온 등을 포함한 15개의 단체가 속해있다.

예술연대는 “지난 2009년부터 공사는 서울시 지하철 예술무대에서 공연할 예술인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인 ‘메트로 아티스트(Metro Artist)’를 통해 예술인에게는 공연과 홍보의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활기찬 지하철 환경을 제공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아름다운 사업목적과 달리 세부 내용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아티스트를 선발팀(총 25팀) 공연에 대한 공연비가 없이 무대 기회만 제공한다고 명시했다”며 “이들의 활동을 평가해 ‘우수’ 아티스트 5팀에 한해 월 1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아는 공연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 전형적인 ‘열정 페이’의 사례로 공공기관의 갑질이며, 예술인에 대한 예술노동 착취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술연대는 공사의 공연 보상이 ‘예술인 복지법’을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술연대는 예술인 복지법의 제3조 제1항인 ‘예술인은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공헌을 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와 제3조 제3항인 ‘모든 예술인은 예술 활동의 성과를 통하여 정당한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라는 조항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공사 측은 13년간 1만3000건이 넘는 공연을 진행해 왔다고 실적을 자랑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무보수 공연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셈”이라며 “사회적 책무를 앞장서서 이행해야 할 공기업인 공사가 관행을 앞세워 예술인들의 무보수 공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법과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예술연대는 공사에게 △우수 아티스트 월 10만원 지급 등의 특전 폐지 △메트로 아티스트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예술인에게 공연비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사는 15일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해당 사업은 공사가 예술인들에게 보수를 주고 공연을 운영하는 계약 사업이 아닌 지하철 예술 무대만 제공하고 자율적으로 활동을 맡기는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에 공사는 민원, 승객 통행 방해 등으로 인해 무대를 모든 사람에게 개방할 수 없어 ‘메트로 아티스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연할 예술인들을 선발해 공연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부분에 대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이번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우수 아티스트에 한해 10만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 공사는 메트로 아티스트 직함만 걸어두고 활동을 하지 않는 예술인들이 있어, 공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공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즉, 공사는 10만원이 소정의 활동 지원금일 뿐 공연에 대한 보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보수 금액에 관해 공사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여파와 지속된 적자로 문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소폭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공사는 “현재 내부에서 꾸준히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보다 소통의 장을 마련해 해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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