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국토균형발전과 사람중심 교통정책 토론회
지역민원·부동산 관점으로만 접근…지속가능성 고민 필요
“GTX로 수도권 블랙홀 현상 심화될 수도” 빨대효과 우려

경실련도시개혁센터와 대한교통학회는 28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토균형발전과 사람중심 교통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경실련도시개혁센터와 대한교통학회는 28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토균형발전과 사람중심 교통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교통공약에 대해 지역민원 해결에 초점을 둔 ‘백화점식 인프라 공약’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공약이행율에 급급하기보다 일관성 있는 방향성을 검토해 우선순위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실련도시개혁센터와 대한교통학회는 28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토균형발전과 사람중심 교통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정부의 교통정책에 대한 전망과 분석이 주를 이뤘다.

아주대학교 유정훈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토론회 발제를 통해 윤석열정부 교통정책에 대한 염려를 전했다. 유 교수는 “교통물류에 대한 방향성이 부족하다. 부동산 문제로만 교통정책을 접근하고 있다”라며 “국토교통부 관련 공약인데 자세히 보면 주택부 공약인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발등에 떨어진 불’로 2기 GTX와 컴팩트시티 개발, 안전속도 5030 재조정, 대도시권 도로 및 철도 지하화 사업, 가덕도신공항 등 지방공항 건설을 꼽았다. 그는 “도로와 철도 양쪽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방향성이 잘못됐다. 도로를 지하화하면 그 상부는 도시재생이 아니라 단순히 용량을 더 늘리려는 것인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균형발전을 다루겠다고 하지만 수도권 교통문제 해결 방안이 더 많아 보인다. 인수위의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실무위원 중에 교통 전문가가 없어 공약이 제대로 정리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남철 연구위원은 ‘사람중심의 교통정책’을 강조하며 ▲대중교통 서비스 강화 ▲보행 및 자전거 이동 활성화 ▲정책 시민참여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연구위원은 특히 GTX 건설을 두고 “산업, 교육, 부동산,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아무런 연계없이 개통되면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심화된다. 지방 인구와 경제력이 수도권에 더 강력히 흡수되는 빨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새정부가 출범하면 교통공약 및 정책에 대해 재검토를 해야된다고 입을 모았다. 역대정부의 낮은 공약이행률을 들어 차라리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앙대학교 김태완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약을 보면 저런 사업들이 몇 달 안에 나올 수 있는 사업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공약을 냈다고 꼭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은경 박사도 “공약 이행률이 낮아서 다행이라니 웃프다는 단어가 생각난다”라며 “교통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제시된 공약은 지엽적이어서 안타깝다”고 평했다. 

경실련도시개혁센터 진광성 교통분과장은 “교통정책은 예전에는 효율성을 따졌지만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대선공약을 보면서 과연 이를 실현할 재원은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 모두들 생각해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 분과장은 “GTX가 계속 확대되면 국토균형발전인가 아니면 수도권 확대인가 전문가로서 대답을 해야 한다”라며 “대선공약을 보면 소외지역 교통에 대한 정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현실인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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