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9월 21일 서울 여의도 옥시 앞에서 열린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안은주(54)씨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지난 2015년 9월 21일 서울 여의도 옥시 앞에서 열린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안은주(54)씨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배구선수 출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안은주(54)씨가 투병 12년 끝에 세상을 떠났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가 1774명에 이르지만, 여전히 피해 구제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4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안씨는 지난 3일 오전 0시 40분경 세브란스 병원에서 PHMG 살균제 후유증으로 병원에서 투병 중 사망했다. 안씨의 사망으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사망신고자는 총 1774명이 됐다.

안씨는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2011년 폐렴과 원인미상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15년과 2019년 총 두 차례 폐 이식을 받고 12년간 투병해왔다. 안씨는 합병증으로 목소리를 잃고 하반신 마비와 욕창, 시력 및 청력 저하를 앓았다.

안씨는 폐손상 3단계 판정을 받아 긴급지원대상으로 선정돼 피해구제를 받아야 했으나 옥시 측의 배상과 보상을 받지 못했다. 특별법 제정 이후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로 인정됐다.

배구선수 출신인 안씨는 투병 전 경남 밀양에서 배구 코치와 심판으로 활동해 왔다. 이후 2015년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집회와 기자회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과 정부에 피해대책과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2022년 3월 말 피해자 단체와 가해기업 간의 협의 조정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조정안 나와 최소한의 피해지원을 기대했지만, 옥시와 애경이 거부하면서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가습기살균제 중증 피해자의 한 명인 안은주씨가 사망해 너무나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제정된 이후 긴급구제 지원대상으로 선정됐고 피해 구제자로 인정됐지만, 옥시 측으로부터는 아무런 배보상도, 직접적인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조정위원회가 내놓은 피해보상 최종 조정안은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의 반대로 여전히 계류 중이다. 설득을 이어가는 조정위에 반해 옥시와 애경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당초 조정위 활동을 연장하는 방안에도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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