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 사전에 충분히 알렸는지 집중점검 예상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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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홍콩 증시 급락 이슈가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입는 사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국이 판매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 점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 당국은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H지수 ELS를 최다 판매한 국민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했으며, 다른 판매사들 현황으로도 점검 범위를 확대해 들여다 보고 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중 15조8860억원어치가 은행에서 판매됐다.

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은 7조8458억원으로 그 가운데 약 절반이다.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등 주요 은행들 모두 상당한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 부분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몰려 있다는 점. 현재 H지수의 부진한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 손실 가능성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ELS 계약 기간은 3년으로,  만기가 내년 상반기로 다가온 이들 상품의 가입 시기 즉 2021년 상반기 H지수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시 1만∼1만2000포인트에 이르던 H지수는 현재 6000포인트선을 힘겹게 방어 중이다. 중국 경기가 갑자기 호전되지 않는 한 현재 지수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입 당시 속칭 상투를 잡은 셈이어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ELS의 위험성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LS는 만기 시점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 시점보다 35~55%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ELS는 녹인(knock-in)형과 노(No) 녹인형으로 나뉜다. 녹인형은 평가 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점 미만으로 하락한 뒤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수 하락률만큼 손실을 볼 수 있다. 

노 녹인형은 기초자산 지수가 하락해도 만기 시 지수가 가입 시 지수의 65% 이상이면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어 녹인 상품보다는 안전하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손실을 전혀 보지 않는 상품은 아니다. 노 녹인의 경우도 만기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상환조건보다 아래 있다면 손실이 발생하며, 현재 H지수 상황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당국의 점검 과정에서 은행·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 즉, 고위험성을 제대로 통지했는지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요청되고 있다. 위험성이 상존함에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 정도로 가볍게 설명했을 가능성이 문제가 되는 것.

만약 불완전판매 의혹이 H지수 ELS에서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판명나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로 시끄러웠던 금융권에 또다시 도덕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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