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월북 여부 놓고 충돌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바보 같은 짓” 직격탄
청와대 국민청원 폐지·국정원 원훈석 교체
무조건적인 지우기 오히려 반발심리 키워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그림자 지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신호탄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탈북 어민의 북송 사건도 재조사를 하겠다고 나섰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바보 같은 짓’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국가정보원 원훈석 교체까지 나서면서 사실상 문재인 정부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도 상당히 거세지고 있다. 노무현 시즌2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야당의 생각이다.

색깔론 들고 나왔나

최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행보를 보면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 반을 조금 넘긴 상태인데 벌써부터 그림자 지우기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재조명이다. 해경은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서해상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에 대해 월북의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월북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월북으로 추정할 만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월북으로 몰아갔다면서 맹비난을 가했다. 하지만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 역시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자료에 대한 공개 여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나 국방위원회가 열람한 특별자료(SI)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월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철지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이씨 유족들은 ‘월북 프레임’을 씌운 책임자를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정식 고발장을 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월북 조작을 했는지 여부를 판가름 해달라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조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경의 발표 이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유족들이 쉼 없이 공격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그림자를 없애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아예 진상규명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3년 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도 서해 공무원 피살 논란과 함께 규명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동료 살해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귀순 5일 만에 강제 북송했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 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같은 날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북에 서면으로 통보했다. ‘김정은 초청장’에 ‘어민 북송문’을 동봉한 셈이다. 북이 “보내라”고 하자 다음 날 북송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반인권적 처사라는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전임 정부 색깔 뒤집어 씌우기라면서 반발을 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기록물이나 SI 공개 여부를 두고 2012년 대선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 공개 시즌 2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세를 펼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서 대화록을 살펴보니 NLL 포기 발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까지 공개하는 것 때문에 외국에서는 정상들 간의 비밀스런 대화도 나누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있었을 뿐이다. 이번에도 만약 대통령기록물이나 SI가 공개된다면 이 역시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다.

NLL 대화록 시즌2?

탈원전 역시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에 해당한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에도 원전 정책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에 해당한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 정부 때리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역시 대대적인 손질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국민제안’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국민제안 코너가 비공개 원칙과 100% 실명제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민원·제안·청원의 법정 처리기한에 맞춰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민제안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대국민 소통 창구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답변도 20만 건 이상의 동의 건만 선별적으로 답변하면서 대다수 민원은 답변을 받지 못한 채 사장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용산 대통령실은 구 청와대 국민 청원 제도를 유지하지 않고 폐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을 폐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았다. 20만명의 동의만 있으면 청와대가 직접 답변을 하는 것이었지만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억울한 점을 호소했다. 그런데 국민제안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100% 실명제를 하면서 하소연할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국가정보원 원훈석 교체 움직임까지 전해지고 있다.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서체의 원훈석을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6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국정원 원훈을 결정했고, 원훈석을 교체했다. 그런데 원훈석 서체는 신영복 교수 손글씨를 본떠 만든 어깨동무체(신영복체)로 했는데 신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처벌 전력 등이 있다면서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상당했다고 한다. 이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원훈석도 교체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영복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에게는 멘토와 같은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훈석을 교체한다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 그림자를 지우겠다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Anything But Moon

이처럼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는 Anything But Moon(문재인 정부 정책은 모두 뺀다는 뜻)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아예 부정하고 때려 부수고 새롭게 세운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잘한 점도 지워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무조건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어떤 것을 계승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무조건 지운다면 그에 따른 기회비용과 비효율적인 운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를 했다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를 막무가내로 한다면 그에 따른 반발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민주당이나 친문 지지층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중도층에 해당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해 관망을 하던 중도층이 막무가내로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에 나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면 그에 따라 반발심리가 작동하면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국내 경제도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는 윤석열 정부가 경제가 아닌 정치에 매몰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지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정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고 지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구분을 하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그런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현재로서는 대선에서 승리했고, 지방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만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문재인 정부 그림자 지우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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