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위원 vs 근로자위원, 최저임금에 대한 시각차
근로자위원 1만890원 vs 사용자위원 동결 주장하고

공익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최저임금
국회에서 논의토록 법 개정 목소리도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심상치 않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데 노동계와 사용자 간의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식의 결론을 내려도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공익위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의 향방이 결정된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가 과연 최저임금에 대해 어떤 용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결정되는 첫 최저임금이 된다. 따라서 노동계든 경영계든 최저임금에 대한 신경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의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신경전이 대단하다. 지난 4월 첫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시작했다. 4월과 5월은 상견례 수준이었다면 6월부터는 본격적인 신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은 오는 29일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8일과 29일 전원회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법정시한 내에 결론을 짓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법정시한이 지켜진 사례가 그동안 많지 않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8월 5일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7월 중순에 결정되기 일쑤였다. 올해라고 해서 법정시한을 지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최저임금 바라보는 시선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9160원보다 1730원 즉 18.9% 오른 금액이다. 최근 3년간 전년 대비 인상률은 2.9%, 1.5%, 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상승폭이다. 이처럼 급격한 상승폭을 보인 이유는 물가상승 등 대내외 경제상황을 종합해서 고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불평등 및 양극화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1만원 이상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 근로자위원 측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등이 우려가 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점심값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런치 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면서 최저임금이 1만원 이상 상승해야 한다는 것이 근로자위원 측의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 22일 경총은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장이 지켜야 하는 임금의 법적 하한선인 만큼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해야 하고, 따라서 현재도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들을 기준으로 삼아야한다면서 동결을 주장했다.

사용자위원의 난색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017~2021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4.6%에 달하는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4.3%,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1.5% 증가에 그쳤다”며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인상요인을 찾을 수 없다”면서 동결을 요구했다. 또한 노동계가 제시한 1만890원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중소영세기업에게 문 닫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사용자위원은 계속해서 동결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이면서 최저임금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년에 보였던 그런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의 갈등이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이들이 갈등을 하게 된다면 최저임금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근로자위원은 양대노총을 주축으로 9명으로 구성돼 있고, 사용자위원은 사용자단체가 추천한 9명으로 돼있다. 그리고 교수와 전문가들로 이뤄진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각각 9명씩으로 돼있기 때문에 두 세력이 충돌하게 된다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구조이다. 이는 결국 공익위원의 의중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노사정 협의체인데 문제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의 힘의 균형이 비등한 상태에서는 결국 공익위원의 결정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실제로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위원이 반발해서 회의에 불참하거나 근로자위원이 반발해서 회의에 불참하게 된다면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된다. 즉, 회의장에는 불참한 세력 이외에 다른 세력들이 모두 참여해서 투표를 하기 때문에 언제나 공익위원의 의중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이런 이유로 사실상 최저임금은 공익위원이 결정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것은 결국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결국 ‘윤석열 정부’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말한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윤석열 정부가 계속해서 노동계보다는 경영계에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친기업적 정책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인하 추진 등이다. 이를 두고 이명박 시즌 2 혹은 박근혜 줄푸세를 연상한다는 야당의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은 비즈니스 프랜들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최저임금 역시 사용자위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또 다른 논쟁은 ‘업종별 차등적용’이다. 이전부터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을 사용자위원들은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재차 요구에 나섰지만 근로자위원들이 반대하면서 지난 4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16명이 반대하며 무산됐다. 공익위원 측은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제안하면서 근로자위원 측과 사용자위원 측에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반발만 사게 됐다. 근로자위원 측은 연구용역 자체가 향후 업종별 차등적용 도입을 위한 수순이라면서 반발했다. 이에 연구용역 관련 사안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고 공익위원 측의 권고문 발표로 마무리됐다. 그러자 이번엔 사용자위원 측이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중순에는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돼도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사용자위원의 손을 들어줘서 최저임금 인상이 동결된다면 노동계는 상당히 거세게 저항하면서 반윤석열 투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상당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단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을 통해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노동계가 극렬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아무런 제한 없이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노총은 “고용부 장관은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앵무새를 자임하고 나서는가”라는 논평을 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은 상당히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출발점이 바로 최저임금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로 논의의 장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은 결국 자신의 이익집단을 대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해서 결정하고 표로 심판을 받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매년 벌어지는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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