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희 지음│224쪽│130*200mm│호밀밭│1만4000원

ⓒ호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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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하루아침에 장애가 생겨 휠체어로 지하철을 타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커밍아웃하는 식의 경험을 직접 하지 않는 이상, 주류에 속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미디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소수자 문제를 깊게 이해하는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주류에 편승하는 미디어는 본디 입체적인 존재인 소수자 개개인을 같은 성향의 단일 집단으로 ‘납작하게’ 묘사하는 편리한 방식을 선택하고, 때로는 그들의 존재를 ‘투명하게’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그들은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이 되기 일쑤다”(4쪽, 들어가는 말)

미디어에서 납작하고 투명하게 묘사되는 소수자의 모습을 법조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신간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이 출간됐다.

우리가 무심코 접하는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는 많은 차별과 혐오 표현, 그리고 이에 기반한 말과 행동 등이 녹아 있다. 

법률사무소에 몸담고 있는 현직 변호사인 저자 백세희는 이런 미디어 속 소수자들의 모습에 주목했다. 평소 대중문화의 여러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즐기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법조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분석했다.

책은 국내외 언론, 영화, 드라마, 웹툰 등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소수자 유형을 크게 7가지로 분류했다. 서울중심주의, 에이지즘, 인종, 젠더, 장애, 노동, 퀴어 등의 주제다. 그러면서 소수자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편견을 드러내는 가공의 인물 ‘아무개 씨’를 설정해 각 장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한다.

특히 미디어가 소수자를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시작으로 그 묘사 방식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왜 잘못됐는지에 대해 짚는다. 아울러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하는지, 그런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꼼꼼하고 섬세하게 조망한다.

도서는 대중문화에 스며든 ‘보통’의 시선이 얼마나 안일하고 무신경하게 소수자들을 대상화하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는 서울 중심주의부터 인종, 젠더, 장애, 퀴어, 노동 등의 비주류 카테고리를 하나로 퉁쳐 그저 ‘소수자’로 묘사하는 미디어의 방식을 지적하면서, 이를 개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총 7장에 걸쳐 납작하고 투명하게 묘사된 소수자들을 분석한다. 책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차별금지법은 ‘단죄’하기 위한 법이 아닌 평등을 제도적으로 권장하는 법이며, 평등이 보장되는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 백세희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제40기로 수료한 변호사다. 지난해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호밀밭)을 출간하는 등 문화예술과 법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대중적인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은 소수자 인권에 대한 담론이 일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고민한 책”이라며 “소수자의 모습을 왜곡하는 수많은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책은 세상에 나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혐오와 차별 사례를 보다 보면 ‘이만하면 괜찮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여전히 험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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