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이해상충 이슈 해결 방법 ‘팹리스사업부’ 매각
한 달 만에 소액주주 4%..."주주명부 열람 시 20%가능"

[사진제공=DB하이텍 홈페이지]
[사진제공=DB하이텍 홈페이지]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DB하이텍의 사업부 분할(물적분할) 관련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회사 측에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단행하며 물적분할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DB하이텍은 지난 8월 29일 이기홍 외 9인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해 이틀 후인 31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소송 동참 의사를 밝힌 주주들은 약 1300명으로 주식 수 191만8359주(4.32%)의 지분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 대해 소액주주연대 측은 “상법에 보장 되어 있는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회사 측이 거부하는 등 소액주주연대의 결집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한 달 만에 소액주주 4%가 모인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면 주주명부 열람이 가능해질 경우 지분율 10% 이상을 확신하며 현 추세대로라면 20%까지 낙관한다”고 전했다.

현재 DB하이텍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7.84%로 DB INC(12.42%), 전 DB그룹 김준기 회장(3.61%), DB생명보험(0.78%), DB김준기문화재단(0.62%), DB하이텍 김주원 부회장(0.39%)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소액주주연대는 장기적 목표인 지분율 20%를 확보해 물적분할을 반대하고 브랜드사업부(팹리스사업부) 매각을 통한 기업가치 성장의 목소리를 낸다는 게 골자다.

DB하이텍은 연이은 호실적과 증권가의 사상 최대실적 전망에도 주가는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7월 12일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담당 부문에 대해 물적분할을 할 수 있다는 소식에 15%이상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고, 이후 현재까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 고점 대비해서는 약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요 사업부를 신설 자회사로 만들고 모회사가 지분 100%를 소유하는 기업분할이다. 따라서 기존 소액주주에게는 신설 자회사의 몫이 없다. 모회사의 경우 경영권 위협 없이 신설된 자회사를 상장시켜 추가 투자금을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요 사업부가 떨어져나간 모회사의 주주가치와 회사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물적분할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한 후 추가 상장해 큰 폭의 주가 하락을 맞이했다. 이 뿐만 아니라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페이 등도 물적분할 후 추가 상장해 모기업의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물적분할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이 떠안은 셈이다.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측의 물적분할 가능성 시사가 고의적으로 주가 하락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DB하이텍 주가 상승으로 DB그룹이 보유한 DB하이텍 지분가치가 급증해 자산가치 5000억원이 넘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는 매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가 자산총액의 50%이상이어야 한다. DB그룹은 해당 요건에 충족돼 지주회사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만 한다.

현재 DB그룹이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이 12.4%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약 18%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야한다. 문제는 회사의 현금성 자산이다. 올해 6월 기준 DB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43억원 수준이다. 

DB하이텍의 주가를 연초 대비 50%가까이 하락한 4만5000원으로 계산해도 시총이 2조가 넘는다. 따라서 18% 추가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선 약 3600억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소액주주연대는 “주가를 최대한 낮춰서 대주주가 지분을 조금이라도 싸게 확보하기에는 지금의 현금성 자산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가를 눌러서 지주회사 요건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DB하이텍의 주가를 떨어뜨리는데 물적분할 카드를 썼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회사 측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분사 가능성을 고려 중이나 시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와 더불어 시스템반도체업의 특성상 고객과의 이해관계 상충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소액주주연대는 “고객과의 이해관계 상충 이슈를 해결하는 방법은 ‘팹리스사업부’ 매각이다”며 “매각이 현실화 될 경우 순현금 1조원 이상을 보유하게 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뿐만 아니라 주주친화적인 ESG회사로 재평가 받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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