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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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을 스토킹 끝에 살해한 전주환(31)은 지난 2018년 12월 서울교통공사에 9급 직원으로 채용됐다.

당시 전씨는 ‘음란물 유포죄’라는 전과를 지녔음에도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입사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모든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실제 공사의 인사 규정 제17조를 살펴보면, 공사는 △피성년·피한정후견인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경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를 결격사유로 두고, 지원자를 당연 퇴직 처리하고 있다.

전씨의 음란물 유포로 처벌된 전력이 공사의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그는 전과가 있었음에도 조회되지 않아 최종 입사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더불어 지난해 5월부터 결격사유에 성범죄가 포함됐지만,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는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제외돼 있는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기업 채용 과정의 빈틈이 드러나면서 일반 기업 채용과정에서 지원자의 범죄 경력 조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현재 일반 기업의 채용과정을 살펴보면, 보통 서류 심사를 받고 이후 면접, 실기 등의 시험을 거쳐 최종입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사람인 등 취업포털 등에 올라온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봐도, 범죄경력을 조회하겠다는 안내글은 찾아볼 수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경력조회서는 범죄경력 및 수사경력의 내용을 확인을 목적으로, 본인 또는 각종 개별법령에 따라 본인 및 동의서를 받은 타인이 관할 경찰관서에 신청해야 한다. 

본인이 신청할 경우 신청인 본인의 신분증명서와 각 개별법에서 요구하는 첨부서류를 구비한 뒤 인터넷 혹은 방문에서 신청할 수 있다. 반면 시설(기관)에서 신청할 경우 △신청인 본인의 신분증명서 △조회 대상자의 동의서 △각 개별법에서 요구하는 첨부서류 △시설의 업무담당자가 신청 시, 사용용도에 ‘범죄경력조회 신청용’이 기재된 업무담당자의 재직증명서가 필요하다. 

만약 기업이 지원자의 범죄경력을 조회할 때는 조회 이유와 전과가 있을 경우 직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이후에는 경찰이 당사자에게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한 동의를 받고 난 후에야 기업은 관련 정보를 수급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된 것은 채용 시 범죄경력 조회가 사회적응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범죄경력을 조회하는 행위는 지원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며 이미 형벌을 받은 구직자에게 또 다른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는 비판의 대상도 될 수 있다. 

아울러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더욱 범죄 조회는 어려워졌다. 지난 2011년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범죄경력을 민감정보로 규정했다. 민감정보는 가장 높은 등급의 개인정보로, 조회나 취급이 훨씬 어렵다. 

범죄경력조회서 기본정보. [사진제공=경찰청 민원조회포털 홈페이지 캡처]
범죄경력조회서 기본정보. [사진제공=경찰청 민원조회포털 홈페이지 캡처]

일반 기업은 범죄경력을 조회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지원자의 이력을 파악하고 있다. 공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병역필 혹은 면제자로서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주의깊게 봐야하는 것은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이라는 조건인데,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여권이 제대로 발급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걸어놓은 것이다. 

여권법상 여권 발급 및 재발급 거부 사유는 장기 2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된 경우, 장기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 상태인 경우, 체포영장·구속영장이 발부돼 국외 체류 등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라는 조항은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재판을 앞두거나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지원자를 사전에 거르기 위해 도입한 조건이다. 

다만 이는 이미 형이 확정된 지원자라면 거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현행법 상 징역형 집행이 유예된 상태도 해외 출국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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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범죄분석담당관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일반 기업의 범죄경력 조회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9호, 10호에 해당되지 않으며, 관련 법 또한 없는 상황이라 경찰 측에서도 조회를 해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 과정에서 입사를 지원한 자의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제공을 허하는 행위 자체가 법으로 제정돼 있지도, 규정돼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관계자의 말처럼, 범죄경력조회서는 모든 범죄기록을 제공하는 서류로, 관련 법은 이 자료를 범죄 수사나 재판에 필요한 경우 등 법률이 정하는 경우 외의 용도로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9호에서는 ‘수사자료표에 의한 범죄경력조회 및 수사경력조회와 그에 대한 회보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조회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최소한의 범위란 범죄 수사 또는 재판을 위해 필요한 경우, 각군 사관생도의 입학 및 장교·준사관·부사관·군무원의 임용과 그 후보자의 선발에 필요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일반 기업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이렇듯 법에 의하면 직원 채용 과정에서 해당 자료를 수집할 경우, 해당 기업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일반 기업에 한해 ‘성범죄’ 관련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보호법률 제56조에 의거해 법원은 성범죄자에게 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취업 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을 포함한 의료 기관, 경비업체, 관리사무소 등 일부  일반 기업은 직원 채용 시 지원자의 전과기록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았을 때 혐의없음 혹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을 경우에는 조회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일반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범죄 전력을 조회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다만 일부 정해진 일반 기업에서는 성범죄 관련 전과기록을 확인하고 채용에 제한을 둘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논제는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회사로서는 전과가 없는 직원을 채용하고 싶겠지만 인권 침해 우려도 있어 범죄 조회에 있어서는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 채용 시 범죄 조회를 한 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원자가 불리한 대우를 받았던 사례가 있었다”며 “범죄경력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이고, 사회적 낙인찍기라는 우려가 있어 보다 조심히 접근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기업이 전과를 무조건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닌 채용하려는 직무와 전과 여부 사이에서 합리성과 연관성을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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