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 주관으로 ‘지역균형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개발이 불러온 폐해가 상당하며, 지방 소멸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넘어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당면과제라는데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본이나 노동, 자원 등의 생산요소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반 3.8%에 달했던 1인당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는 1.9%, 2060년에는 0.8%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의 투자는 수요 전망이 가능할 때 이뤄진다. ‘공급이 스스로의 수요를 창출한다’는 고전학파의 논리는 수정자본주의로 넘어오면서 수요 예측에 따른 공급논리로 대체됐다. 우리나라의 암울한 잠재성장률 전망의 배경에는 지속적인 인구감소 문제가 있다.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인 합계출산율. 지난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꼴지 수준이다. 혼인건수가 감소하니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고령화로 인구 자연감소가 계속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나 해외 자원개발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생산과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인구 증가가 우선돼야 한다. 지난 7월 기준 혼인건수와 출생아 수가 역대최저에 사망자 수는 역대 최대라는 통계청 발표는 우리나라 경제의 역동성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방에서는 대학 진학도, 취업도 무조건 서울이 최우선이다. 차선은 수도권...” 이날 토론회에서 모 지방대학 교수가 던진 이 한마디는 소멸 위기에 내몰린 지역 문제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왜 젊은이들이 지역을 무조건 벗어나려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됐지만, 결국 ‘일하고 싶은 직장이 서울, 수도권에 있기 때문’이라는데 토론자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그리고 수도권에만 몰리는 인구로 주거비는 끝없이 오르고, 이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결혼과 출산 등은 선택사항이 돼 버렸다.

단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차원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서의 ‘지방 활성화, 지방 균형발전’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젊은이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서울로,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만 한다. 각종 인프라가 공고하게 갖춰진 서울과 수도권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방행을 택할 이유는 없다. 중앙·지방 정부가 열린 자세로 그들이 지역으로 향할 수 있는 당근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각종 세금혜택이나 지역별 맞춤형 인프라 제공 및 산·학·연 연계 인재개발 등이 현실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다행히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된 혁신도시특별법을 통해 전국 10개 권역에 공기업과 각종 연구기관이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기업 유치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마련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느냐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영역이다. 그동안 ‘나쁜 일자리’의 전형으로 비판받아 온 공공일자리에 투입된 예산을 지역 발전 기금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국면에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고, 그 충격파는 부동산 시장으로 전이되는 분위기다. 고금리에 저유동성이라는 악재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고, 상황이 악화된다면 투매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소비가 급감할 것이고 생산과 투자의 빙하기가 도래하는 장기적 경기침체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단기적 시각으로 접근해 오히려 문제를 키웠던 부동산 정책을 우리니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지역균형발전의 소중한 마중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플라톤은 그가 남긴 많은 저서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한결같이 ‘정의로운 삶’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았다. AI와 머신러닝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지배하는 지금, 인간성 상실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우리의 정의로운 삶은 과연 어떠해야 할까. 최소한 의식주 문제만이라도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동체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하지 않을까.

생산성을 끌어올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적 차원에서도, 공동체 의식 고양을 통한 인간성 회복과 이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제는 이제 진지하게 검토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