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br>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올해 미국 주식시장 첫 영업일이었던 1월 3일, 종가기준 4796포인트를 기록했던 S&P500 지수는 지난 6월17일 3636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직전 고점대비 25% 하락한 상태이니 확실한 약세장(고점대비 20% 이상 하락)이었다. 그런데 이후 주가는 드라마틱한 반전의 흐름으로 이달 15일 기준 4297포인트까지 상승했다. 1160포인트 하락한 후 저점을 찍고 661포인트 상승하며, 낙폭의 절반 이상을 되돌렸다. 미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하는 것은 서학개미가 늘어난 까닭만은 아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전 세계는 미국의 움직임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수출주도의 한국경제는 미국의 영향 하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올 초 2988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6일 2292포인트로 종가기준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연초 대비 23%이상 하락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12일 2527포인트까지 꾸준히 상승흐름을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 ‘FOMO 증후군’이 또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평생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투자 시장에 대한 관심도 이해도 없었던 일반인들이 미친 듯이 오르는 자산가격을 실감하며 ‘벼락거지’만은 면해보겠다고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6월 코스피 시장은 최고점을 찍은 후 1년 간 추세적인 하락 흐름을 보였다. 고점 직전에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이나 1차 하락 후 반등을 기대하며 매수에 나섰던 개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가증권 시장 기준 20% 이상 손실을 봤을 것이다.

‘Fear Of Missing Out 신드롬’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돼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 그동안 모두가 폭등한 자산가격 파티를 즐기는 와중에 홀로 소외당했다는 공포가 추격 매수나 ‘묻지마 투자’를 부추겼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시작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되뇌며 희망 매수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은 추세적인 방향성을 논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지난 6월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한 후 불과 두 달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추세의 전환을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으로 뜨겁다. 전반적인 현 시장에 대한 평가는 조금은 보수적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 배경에는 그동안 시장을 짓눌러 왔던 하방 리스크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본격화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긴축의 흐름이다.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로 신용(부채)을 확장해 왔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사이클의 정점에서 정상화로 선회했으며, 긴축의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신용 확대를 통한 성장은 그 끝이 있고 영원할 수 없다. 또 긴축에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고 일정 부분 성장을 포기해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경기 침체의 확대도 예상 가능하다. 우선 에너지·식량 위기를 촉발시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 언제든 위험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여기에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심화된 미중 간 긴장 구도는 정치적·군사적·경제적 갈등으로 확대되며,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뉴스도 있다. 며칠 전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공개됐는데,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8.5%가 나왔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을 예상하는 보도와 Fed의 긴축 흐름에도 피봇(Pivot, 정책 전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전망 기사들이 쏟아졌다. 실제 유가와 원자재, 곡물 가격은 지난 6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Fed의 정책 전환을 기대하기에 현실의 물가는 너무도 높은 수준이다. Fed의 물가관리 목표는 2%다.

편향적 시각과 왜곡된 해석은 현실을 오판하는 불행을 가져온다. 탐욕이 시장을 지배할 때 두려움을 갖고, 공포가 시장에 팽배할 때 욕심을 가지라는 워렌 버핏의 충고는 냉정한 현실 판단 위에서 유효하다.

그동안 전 세계는 경기 후퇴를 차단하겠다며 천문학적 규모의 신용을 창출했다. 부채 확대를 통해 구매력을 일으켰고, 불황을 지연시키는 단기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적 부채 사이클의 교훈은 신용을 통한 경기부양은 장기적으로 불황으로 수렴한다는 사실이다. 새살이 돋으려면 고름이 터지는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지금은 위험을 감수할 만한 때가 아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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