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전국농민대회, ‘나락 반납’ 나서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등 11개 요구 밝혀
“농민 잡는 TRQ 농산물 수입 중단해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의 파고를 맞은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을 채 누리지 못하고 아스팔트 농사에 나섰다. 농민들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농산물가격 보장 및 농정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서울 여의도에 울려퍼졌다.

16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주최측 추산 1만5000여명이 모인 이날 대회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한편, 윤석열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경고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농민의길 상임대표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양옥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농민들도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라며 “문제는 쌀뿐 아니라 마늘, 양파 등 주요 농산물들의 사정이 매한가지다”라고 탄식했다. 양 회장은 “폭락한 쌀값에 대한 대책은 없고 폭등한 생산비에 대한 대책도 없다”라며 “대출금리도 치솟은 현재, 농민들의 파산은 예정된 미래”라고 경고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김명기 회장은 “공공비축미 수매와 시장격리 물량을 합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20만톤 가량 부족한데도 쌀값이 오르지 않는다. 정부가 쌀값 정상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축한 쌀은 농민들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방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언제든 정부가 격리한 쌀을 방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제 가격으로 매입하려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김창수 회장은 “쌀값이 떨어져 농가소득이 하락하다보니 농촌 현장에서는 마늘, 양파 등을 1필지라도 더 심으려 한다”라며 과잉생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어 김 회장은 “내년초에 다시 수입 마늘·양파를 TRQ(저율할당관세)로 수입한다는 소문이 돌아 상인들이 싼값에 팔라고 부추기는 상황이다. 농민은 마늘을 5000원에 팔았는데 최종소비자 가격은 1만5000원이 되는 기막힌 현실”이라며 무분별한 TRQ 확대 대신 농산물 유통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이날 전국농민대회에는 각계에서 연대의 뜻을 보내기도 했다.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인 한살림연합 조완석 회장은 대회장에 참석해 “기후위기의 파국적 결과가 식량위기로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 위기와 양극화 확대가 먹거리에 대한 기본권을 위협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라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연대의 마음으로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가 참석해 지지의사를 밝혔다.

대회 참석자들은 ▲쌀1가마(80㎏) 24만원 보장 및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파산 위험에 노출된 농민에 대한 긴급지원 및 이자 탕감 ▲농업직불금의 단계적 확대 ▲농어업인력지원특별법 제정 등 11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 6개월 동안 우리 농업은 파탄지경”이라며 “내년도 농업예산은 사실상 삭감돼 정부 전체예산에서의 비율이 2.7%에 그쳤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윤석열 농정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정부는 비료값, 농자재값, 면세유값 등 생산비가 오르는 데엔 무대책이면서 농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려하면 난리를 친다”라며 “TRQ로 쌀 40만8000톤을 수입하고 마늘, 양파 등 주요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농민들을 때려잡는 것이나 같다”고 꼬집었다. 하 의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은 ‘양곡공산화법’이라 부르며 언제적 공산주의, 사회주의 타령을 한다”면서 “계속되는 농업 무시도 모자라 색깔론 공세까지 하는 정부여당을 더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행진에 나선 대회 참가자들은 국회와 국민의힘 당사 두 방향으로 나뉘어 ‘나락 반납’ 행진을 진행했다. 경찰이 국회 정문 앞 차로를 방호벽으로 막자 농민들은 방호벽 너머로 수확한 벼를 뿌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식량주권사수-CPTPP가입저지 범국본, 전국먹거리연대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정부 농정규탄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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