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사위, 지난달 감사 결과 공개 “균열 발생 숨겨”
안전 점검 보고서 허위작성·제출 등 18개 사항 지적돼
서울시 “실제 검증 균열폭 0.2㎜ 이하, 안전성 이상 없어”
전문가 “하자 계속 나올 수 있다”…교량 전체 안전진단 필요

지난해 4월 촬영한 성산대교 북단 하단부 ⓒ투데이신문
지난해 4월 촬영한 성산대교 북단 하단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 균열이 발견된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가 남북단 모두 총체적 부실공사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줄곧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감사 결과를 분석하면 안전성을 확신할 명확한 근거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주무부서들은 사실상 감사 결과를 수긍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서울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4일 서울시 감사 결과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산대교 남북단에서 진행된 성능개선공사는 총체적 부실공사로 진행됐으며 부실공사로 인해 구조적 안전성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그동안 수차례 구조적 안전성에 이상없다는 입장을 강조했으나 그 근거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실태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부터 노후화된 성산대교를 1등교(DB-24)로 성능개선을 한다며 단계별로 성능개선공사를 실시했다. 이에 성산대교 북단은 혜영건설 외 2개사, 남단은 한신공영 외 2개사가 시공을 맡았으며 감리는 남·북단 모두 도화엔지니어링 외 2개사가 담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성산대교 남·북단 하단부에서 균열이 확인돼 서울시 자체감사 등이 진행돼 왔다. 당시 본보는 성산대교 남단 외에 북단에서도 균열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단독보도한 바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3일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 추진실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성산대교 PC바닥판(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바닥판) 하부 균열 발생과 관련해 설계·발주·시공 과정에서의 품질관리, 준공 전후 균열관리 등에서 모두 18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성산대교 바닥판 공사, 총체적 부실 확인돼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성산대교 남북단 공사는 PC바닥판 대신 현장 타설 콘크리트 바닥판을 시공하기로 설계됐다. 남북단 접속교 구간은 거더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PC바닥판을 설치하면 시공 오차 발생과 그에 따른 누수로 강재 거더 부식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단 공사는 지난 2018년경 당초 계약된 설계와 달리 현장 타설 콘크리트 바닥판이 아닌 PC바닥판 설치공법으로 변경됐다. 현장 타설시 콘크리트 양생 품질 확보가 어렵고 초기 강도 발현까지 최소 4일 이상 교통을 전면 차단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문제는 하도급업체인 A사가 기존 바닥판을 미처 철거도 하기 전에 PC바닥판을 제작하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A사는 확인측량, 시공상세도 작성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닥판을 시공했으며 이후 바닥판 간에 약 10㎝ 가량의 단차가 발생되는 등 조잡하게 시공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북단 시공사와 감리사는 A사가 공급한 408개 PC바닥판에 대한 공기량 시험, 염화물량 시험, 철근조립 및 증기 양생온도 등 각종 품질시험을 실시하지 않았고 시공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다. 결국 해당 PC바닥판들은 별도의 성능검사 없이 그대로 설치됐다. 

이어 감리사는 건설사업관리보고서에 PC바닥판 전체 물량에 대한 품질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허위 작성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감사위는 “도급자와 감리자가 PC바닥판 시공 과정을 미점검, 미입회해 시공 품질을 담보할 수 없게 됐으며 감리자가 허위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해 발주청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PC바닥판 철근 배근 간격 역시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사의 설계도면과 공시시방서에 따르면 PC바닥판 철근 간격은 주철근 100㎜, 배력철근 150㎜로 배근하도록 돼 있다.(오차범위 ±20㎜)

하지만 실제 시공된 PC바닥판에 대해 실시된 2021년도 정밀안전진단용역 결과를 보면 이들 바닥판 철근 간격은 허용오차 범위를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등 부적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감사위는 “하도급자가 철근을 부적합하게 배근해 PC바닥판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이어 “(정밀안전진단에 활용된)철근탐사장비의 측정 오차범위는 일반적으로 10㎜ 내외이며 측정된 전체 14개 지점 중 9개 지점에서 철근 간격이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PC바닥판은 미리 공장에서 제작돼 공사현장으로 이동하기에 운반과 하역 과정에 특히 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남북단 시공사는 운반차량의 적재함 길이(12m)보다 긴 116개 PC바닥판을 운반차량 적재함에 돌출되도록 적재하고도 별도 보호대책 없이 공장이 있는 전북지역에서 성산대교까지 운반했다.

PC바닥판 제작과 운반뿐 아니라 시공도 문제였다. 남북단 공사는 중차량 통행에 따른 진동과 기타 외부요인에 의한 바닥판의 이동 및 재료분리 등을 방지하고자 진동방지장치를 PC바닥판 1개당 약 5개를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실제 설치과정에서 진동방지장치는 전량 미설치됐다.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로 설치한 PC바닥판 간의 단차 발생 현황사진 [사진제공=서울시 감사위원회]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로 설치한 PC바닥판 간의 단차 발생 현황사진 [사진제공=서울시 감사위원회]

균열 발생 확인하고도 숨기기 급급?

한편, 남북단 성능개선공사 시공사들은 PC바닥판 설치 이후, 균열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북단 시공사는 225개 PC바닥판을 설치하고 2020년 무렵 건설안전점검업자에 초기점검을 의뢰해 시행했다. 초기점검 보고 부록에 따르면 225개 PC바닥판 중 221개에서 총 900개의 균열(균열폭 0.3㎜ 이상 65개 포함) 등 결함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시공사는 감리사와 발주청을 배제하고 건설안전점검업자와 모의해 임의 보수를 하고 이를 완료한 상태에서 초기점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결국, 같은해 12월 교량 상태가 ‘최상의 상태인 A등급’이라는 내용으로 초기점검 보고서가 작성돼 감리사에 제출됐다.

임의 보수 이후에도 균열은 다시 나타났다. 2021년 7월 시행한 정밀안전진단용역에서도 총 510개의 균열(균열폭 0.3㎜ 이상 21개 포함) 등 결함이 확인된 것이다. 

남단 공사 역시 균열이 확인됐지만 보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남단에서는 2021년 시행한 초기점검에서 PC바닥판 183개 중 57개에서 총 130개의 균열(균열폭 0.3㎜ 이상 6개 포함) 등 결함이 나왔다. 

남단 공사 시공사도 북단과 마찬가지로 건설안전점검업자와 모의해 임의 보수를 시행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게끔 했다. 남단은 같은해 7월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용역에서 총 598개의 균열(균열폭 0.3㎜ 이상 90개) 등 결함이 나와 임의 보수 이후 오히려 균열 수가 대폭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국가건설기준에 따른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허용 균열폭은 0.3㎜ 이내이다. 균열폭 0.3㎜ 이상 균열이 수십여개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외면한 점은 심각한 안전의식 부재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지점이다.

서울시 감사위는 “안전총괄실 주관으로 실시된 성산대교 합동조사단의 안전성 검증 결과와 관련, 지적사항에 대해 추가 전면 조사 후 그 결과를 검토해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 위치가 북단 일부 시공구간에 국한됐고 조사도 약 1개월간 실시돼 균열의 진행성 여부 등 구조안전성에 대해선 시공된 전체 PC바닥판을 대상으로 중·장기적 지속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구조안전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완곡하게 밝힌 대목으로 읽힌다.

서울시는 ‘안전성 이상 없다’ 강변만

하지만 서울시 안전총괄실 교량안전과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교량건설과는 합동조사단 검증 결과에 근거해 여전히 교량 안전성을 강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성산대교 안전성 검증 합동조사단의 정밀조사 결과, 실제 균열폭은 0.2㎜ 이하로 안전성과 내구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합동조사단 정밀조사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실시됐다. 당시 합동조사단은 균열 원인은 공사 중 통행차선 확보를 위해 임시 배치된 바닥판 위에서 대형크레인이 가설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 했으며 실제 균열보다 표면에 보이는 균열이 큰 이유는 바닥판 교체 뒤 기존도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균열 부위가 손상을 입어 표면 균열폭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교량건설과 관계자는 “감사는 과정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 다시 안전성을 조사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PC바닥판 안전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해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에서 통보한 ‘추가 전면 조사’에 대해선 “안전성 검증 결과를 부정한다는 의미인지 모르겠다”면서 “조사를 해야한다면 안전총괄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감사위의 ‘PC 바닥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에 대해 “표현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 현재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해서가 아닌 사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PC 바닥판 교체를 검토하냐’는 질문에 “별도로 교체는 하지 않는다.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교량안전과 관계자도 “합동조사단이 실제로 균열폭을 쟀는데 0.2㎜ 이하였다”고 거듭 강조하며 “외부전문가 조사를 통해 결론낸 만큼 현재 설치된 PC바닥판 교체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감사 결과를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시종일관 ‘구조적 안전성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남단공사 1단계 설치계획서의 성산대교위 PC바닥판 운반방법 [이미지제공=서울시 감사위원회]
남단공사 1단계 설치계획서의 성산대교위 PC바닥판 운반방법 [이미지제공=서울시 감사위원회]

서울시 감사위가 공개한 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곳곳에 발주청(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도급자(시공사) 등이 문제점에 대해 해명하고 이에 대해 감사위가 반박하는 부분이 나온다.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기반시설본부 등은 감사 결과에 대해 재심의도 요구했으나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서울시 감사 결과를 검토한 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성산대교 남·북단 성능개선공사는 부실공사라고 봐야 한다”라며 “건설기술진흥법에서 벌점을 주는 항목들이 있는데 이는 구조물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로 엄하게 보는 사항들이다. 감사위가 시공사, 감리사, 하도급사에 벌점 조치를 하라고 통보한 것은 사안을 엄중하게 봤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감사위는 이들 업체에 대해 벌점뿐 아니라 과태료, 입찰참가제한, 영업정지 나아가 고발 조치까지 필요하다고 관계부서에 통보했다. 

최 교수는 “감사 조사 결과에 나오듯 교량 안전성을 검증하는데 일정 부분만 샘플링 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짚으며 “전체적인 진단을 해야 구조적 요인을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는 하자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감사 결과에 근거하면 결국 부실의 위험이 있다고 본다”라며 전체에 대한 안전 진단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본보는 지난해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에 여러 문제가 있으며 이로 인해 교량 안전성이 걱정된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관련한 취재를 진행해 왔다. 이 제보자는 “PC 바닥판에 대해 여러 안전성과 관련한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건설사업정보시스템에서 검색해보니 불충분해 보인다”라며 “1등급 교량은 목표 내구수명이 100년인데 공사 1년여 만에 수백여개의 균열이 발생한 교량이 100년을 버틸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에 본보는 지난해 9월 서울시에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와 관련해 국토안전관리원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실시한 정밀안전진단 결과와 합동조사단 정밀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관해 ‘현재 검사 중인 사안으로 공개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비공개 조치했으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또한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3월 24일 직접 성산대교 균열 발생 현장을 찾아 “미세한 균열이라도 하자가 발생했으면 걷어내고 새로 했어야 됐다”고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생겨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오세훈 시정이 성산대교의 안전성을 두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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