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개선공사 중에도 단차 발생해 보강 진행
보강공사 완료 2년여 만에 하단 균열 나타나
서울시 “시공사가 프리캐스트 공법 변경 요청”
전문가 “접합 부위 균열, 추가 위험 없어 보여”

지난달 31일 촬영한 성산대교 북단 하단부. 사진을 본 제보자 A씨는 “북단에서도 균열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투데이신문
지난달 31일 촬영한 성산대교 북단 하단부. 사진을 본 제보자 A씨는 “북단에서도 균열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서울 성산대교 남단뿐 아니라 북단에서도 균열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성능개선공사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성산대교 북단 역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으로 성능개선공사가 진행돼 시공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7일 본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성산대교 남단 외에 북단에서도 균열이 확인됐다.이에 북단 성능개선공사 당시 변경된 공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산대교 북단은 최근 균열이 드러난 성산대교 남단보다 앞서 성능개선공사가 진행됐다. 

성산대교 북단 성능개선공사는 지난 2017년 3월 착수해 2020년 8월까지 진행됐다. 이 공사는 혜영건설이 주관시공사로 참여했으며 혜영건설 외 2개사가 함께 시공했다. 해당 공사는 구조물 보수 및 보강, 슬래브 교체, 가교 설치 등으로 구성됐으며 총공사비로 약 305억원이 투입됐다.

성산대교 북단은 성능개선공사 도중에도 단차(간격 차이)가 발생해 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는 2020년 2월경 공사 도중 교량 바닥판 단차가 발생해 일부 프리캐스트 바닥판을 철거하고 다시 콘크리트 타설을 한 바 있다. 당시 단차발생은 바닥판을 지탱하는 거더(바닥판이 설치되는 보)의 솟음값이 불규칙해 일어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자신을 업계 전 관계자라고 밝힌 A씨는 본보에 이를 제보하면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수십년을 보고 만드는 교량에 보강공사를 한지 2년여 만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 정상인지 의문이다”라며 “프리캐스트 공법으로 설치한 슬래브판의 강도 등 안전성과 품질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본보가 지난달 31일 성산대교 북단 하단부에 직접 찾아갔을 때도 균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보가 촬영한 사진을 본 A씨는 그 중 일부에서 균열 혹은 균열을 가리기 위해 칠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성산대교처럼 오래된 교량에 프리캐스트 공법을 도입하면 단차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북단에서 단차가 생겼으면 남단에서의 도입은 재검토를 해봤다면 좋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프리캐스트 관련 특허와 실제 공사 설계도면을 비교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성산대교 북단 하단부 사진을 본 한 산업현장 전문가는 “슬래브와 슬래브 접합 부위에 약간의 균열이 있다. 시공하는 과정에서 보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도 보인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이 전문가는 “다만 전반적으로 추가 위험성이 있을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성산대교 전경 ⓒ투데이신문
성산대교 전경 ⓒ투데이신문

서울시도 성산대교 남단과 북단에서의 균열을 확인하고 발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서울시 교량안전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즈음 성산대교 북단도 시공과정에서의 단차 발생으로 균열이 난 것으로 확인했는데 면밀한 검토를 하라는 지시로 다시 검토하고 있다”라며 “북단도 남단과 유사한 형태로 하단부에 균열이 발생했으나 그 강도는 남단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원래 균열주입보수를 하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검토가 끝나야 보강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성산대교 북단은 원래 콘크리트 타설로 공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시공사가 공법 변경을 요청하면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으로 변경됐다. 이어 성산대교 남단 역시 이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프리캐스트 공법은 공장에서 미리 만든 콘크리트 슬래브판을 교량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성산대교 북단과 남단 모두 같은 회사에서 슬래브판을 납품받았다.

서울시 교량안전과 관계자는 “현장의 시공사와 감리단이 공법 변경을 요청해 도시기반시설본부에서 타당성 등을 검토해 진행했다”라며 “현장 콘크리트 타설은 콘크리트 중량을 지지할 받침을 만들 여건이 안 되고 차량이 통행하는 도중 공사를 해야하는 등 품질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프리캐스트로 변경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콘크리트는 철근과 달리 벌어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능력이 없다”고 균열 발생을 설명하며 “북단과 남단 성능개선공사 전반을 들여다 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본보는 성산대교 균열과 공법에 대한 질의를 위해 시공사인 혜영건설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못했다. 혜영건설 관계자는 “관련사안에 대해 내용을 잘 모른다”며 대표에 보고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산대교 북단 성능개선공사는 2017년 2월 혜영건설이 이를 수주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서울시는 이 공사의 입찰 참가자격을 토목공사업이 아닌 시설물유지관리업으로 공고해 종합건설사들이 입찰에 참가하기 어렵게 했다. 이에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해당 공사를 토목공사업으로 발주해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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