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진화에도 걷잡을 수 없을 듯
‘괴상한 조례, 시대착오...’ 폐기 촉구
국민의힘, “가짜뉴스...여론 호도말라”
“시교육청, 정치적 의도 있다는 의심”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제315회 정례회 제7차 본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제315회 정례회 제7차 본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검토 중인 서울시의회가 ‘성관계는 혼인 관계에서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학교 구성원 순결조례’를 추진하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시의회가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반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교원단체는 ‘의견을 낼 가치조차 없는 괴상한 조례안’이라고 반발하며 “당장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연맹(서울교사노조)은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인간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기본 논리로 삼고 있다”며 “헌법을 침해하는 괴상한 조례”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순결과 정조를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런 조례안이 2023년에 발의됐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현 시대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 조례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지역 교사들은 ‘시대착오적 조례안’이라는 의견을 서울시교육청에 보내는 등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이재곤 교총 정책본부장은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학생들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다 있는데, 사회적 공감과 전혀 동떨어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라며 “시의회는 오히려 학생을 유해업소에서 분리하고 룸카페같은 데서 무분별하게 성행위하는 걸 개선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상당히 보수적인 단체에서 제기된 내용 같은데, 성적 감수성에 대한 시대 변화의 맥을 전혀 못 잡고 있다”며 “2020년대에 20세기 초반 인식이 담긴 법안이 나온 거라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고생 딸을 둔 강남지역 한 학부모(45)는 “시민을 대표한다는 서울시의회 수준이 지금 시대에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60년대식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조례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병주 서울시의원(광진1)은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위원’이 서울시교육청에 관련 조례안 검토를 맡겼다고 주장하며 “같은 동료 의원으로서 창피하기 짝이 없다.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이희원 시의원.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이희원 시의원. [사진제공=서울시의회]

“조례 발의 시의원 특정해야”

그러나 실제 해당 조례안은 시의회 의원이 발의한 게 아니다.

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은 “외부 민원 형식으로 시의회에 제안된 안건”이라며 “민원 형태로 제시된 조례안의 경우 내용의 적절성이나 법리적 쟁점 여부, 의원 발의 여부 등을 떠나 전문위원실 차원에서 조례안 전반에 대한 검토를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청에 검토의견을 요청한 경위에 대해선 “유관 부서와의 사전 협의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며 “교육청이 확정되지 않은 사항을 학교 게시판에 게시해 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왜곡하고자 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인 국민의힘 소속 이희원 의원(동작4)은 국민의힘 교육위원회가 조례안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전 의원을 겨냥해 “가짜뉴스를 사실 확인도 없이 배포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본인(전 의원) 주장이 자신 있다면 국민의힘 어떤 의원이 발의했는지 당장 실명 공개하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에 대해 시의회 차원에서 엄중경고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위 소속 정지웅 시의원(국민의힘, 서대문1)은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전역 유치원·초중고에 이런 내용의 조례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파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달 임시회가 열리면 동료 의원들과 함께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업무처리 적절성을 따질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드러나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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