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대위변제, “항복 선언한 것”
“삼전도 굴욕...대일외교 굴욕”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
“피해자 짓밟는 2차 가해·폭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내놓은 일제강제징용 피해배상 관련 해법인 ‘제3자 대위 변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내놓은 일제강제징용 피해배상 관련 해법인 ‘제3자 대위 변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정부가 6일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안을 두고 야당은 일제히 ‘삼전도의 굴욕’, ‘대일 외교굴욕’이라며 맹비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진행된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가히 삼전도의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일본 전범 기업들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마련한 재원으로 배상하고 일본 사과도 기존 담화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며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짓밟는 2차 가해다.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일본 전범 기업이 배상해야 할 돈을 왜 우리가 대신 물어줘야 하냐”며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식 문제없는 대일 굴종 외교의 끝판왕이다.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대법원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짓밟았다. 정부 행태는 굴욕적 외교 참사로 두고두고 역사적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폭압적 행태를 즉각 멈춰달라”고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일본에 굴종하는 길”이라며 “스스로 친일 매국 정권임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나”라고 직격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능멸 당했다. 윤석열 정부가 끝내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한국 기업이 마련한 돈으로 주도록 결정했다”며 “일본 전범 기업들은 앉아 면죄부를 받았고, 일본 정부는 과거 담화를 반복하는 체면치레로 골칫거리를 떼어 냈다”고 지적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본에 항복 선언한 것” 맹비난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 기업의 직접배상 이행을 촉구하는 의원 모임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일본에 항복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원 53명은 “정부 발표는 ‘일본의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 없는 돈은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받지 않겠다’는 양금덕 할머님 등 강제동원 피해자의 절규를 철저히 무시하고 능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무소속 위원도 “전형적 자기부정적 해법이자 피해자 정부가 가해자 눈치를 보는 망국적 외교, 굴욕 해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번 해법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피해자 측 의견을 듣겠다,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던 강제동원 해법이 결국 짜인 각본이었단 걸 확인시켜줄 뿐”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주도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 역시 “일제에 의한 인권 유린 피해자들에 2차 가해를 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의재는 “역사는 오늘을 한일 관계를 더 병들게 한 치욕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정의당도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결정을 그대로 따르기만 이번 참사는 대승적 결단이 아니라 용납할 수 없는 우리 정부의 자발적 굴욕”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안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강제징용을 포함한 모든 청구권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측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이는 대일굴욕외교의 결정판이자 완전한 외교실패”라고 규정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해법이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오늘 발표한 안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외교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고, 대일 외교라인 전원을 문책, 교체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원고에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전범 기업의 피해 배상이 빠진 대신 재단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돼온 양국 간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또한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 오랜기간 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고령의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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