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가 잇따라 논란을 낳고 있다. 이전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각종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서 영국 왕 엘리자베스 2세 사망에 따른 조문 참석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서 유엔 총회 연설과 그 전후의 발언과 행동도 논란이 됐다. 심지어 욕설 논란, 의전 과정에서의 결례 논란까지 일어났다.

우리나라 여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논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과 여당은 욕설이 아니며, 오히려 이것을 자꾸 공론화하는 것이 국익을 해치는 행위고, 특정 세력에게 휘둘리는 특정 언론과 야당의 사주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과 시민들은 정부 당국과 여당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 진위여부를 밝히고 사과할 것이 있다면 사과 받을 대상에게 사과하고 쉽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정부 당국, 여당의 반발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대통령과 정부 당국 관계자, 여당의 해명이 시간에 따라 다르다. 심지어 제일 먼저 보도했던 MBC에게 (이미 MBC PD수첩 측의 무죄로 밝혀진)광우병 쇠고기 관련 보도를 다시 언급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사건은 잦아들기는커녕 더 확산되는 추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이 잦아들지 않음으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과 UN, 캐나다에서 펼친 외교에 관한 평가가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앞의 논란으로 인해 우방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강변하고, 야권은 진상을 밝히지 않음으로 인해 외교 실패를 숨기려는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MBC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것은 MBC로 인해 대통령의 외교활동이 방해받았다는 주장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의 고소는 대통령의 외교활동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동안 조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났다. 이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약 48초 정도 이루어져서 회담이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후에 대통령의 욕설 파문이 일어났다.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만남은 더욱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회담 장소로 윤석열 대통령이 찾아갔다는 의혹으로 인해 소위 “구걸 외교”라는 비판을 받았고, 회담 장소에 양국의 국기도 게양돼 있지 않아서 “홀대” 의혹도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만남을 “회담”이라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간담”이라고 평해서 양국 정부의 이번 만남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이러한 외교 난맥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긴박해진 국제 정세와 이로 인한 국가 경제 위기가 닥치는 상황에서 발생해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무능함을 드러냈다는 비난의 근거가 되고 있다.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만남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일본의 특정 품목의 수출 제한, 그리고 그 이유가 된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 기업 배상 판결 등으로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악화시켰다.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몇 차례의 한일 합의, 그리고 1965년 6월 22일에 있었던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이른바 한일협정이 있다.

우선 한일협정에 대하여 양국이 가진 시각차가 크다. 한국은 식민 지배에 대하여 일본이 지불한 배·보상금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본은 이것을 식민지였던 조선의 독립을 축하하는 일종의 “독립축하금”이라고 평가해 왔다. 이것은 일본의 조선 지배가 합법적이고 조선의 희망에 의한 것이었다는 전제가 깔려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한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승전국으로서의 지위를 얻을 수도 없었고, 패전국 일본의 식민지 중 하나의 지위만 인정받았다.

또한 식민 지배에 대한 배·보상이라는 시각도 훗날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일본은 끊임없이 한일협정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에 따른 한국에 대한 보상은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이후 잇따라 드러난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원폭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일본이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러나 정부와 정부의 보상과 정부와 개인의 보상, 개인과 개인의 보상은 엄연히 다르다. 한일협정은 정부와 정부 사이의 보상일 뿐 일제의 강압적 식민지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많은 개인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

일본은 가장 길고 고통스러운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에 짧은 식민지배를 자행했던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보다도 못한 배상을 했다. 이와 함께 앞에서 언급한 여러 논쟁들은 일본이 한국을 한 수 아래의 나라, 혹은 과거 우리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현실의 논쟁은 흥미롭다. 그러나 그 논쟁의 시발점이 된 역사적 사건은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와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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