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오는 22일 개봉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에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가족애부터 주인공 성장기까지 완성도 깊은 이야기 ‘감동’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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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주영 기자】 영화감독이 가장 다루고 싶어 하는 스토리는 무엇일까. 최근의 추세를 보면 그들을 매혹했던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할리우드>(2019)를 통해, <위플래쉬>(2015)와 <라라랜드>(2016)를 찍으며 작가적 감독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미언 셔젤은 <바빌론>(2023)을 통해 찬란했던 고전 할리우드 시대를 다루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의 손>(2021) 역시 영화감독이 되려는 한 소년의 이야기에 자전적 요소를 더해 영화를 찍으려 결심한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여기, 비슷한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 새미가 등장하는 영화 <파벨만스>가 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34번째 영화로, <신의 손>과 마찬가지로 영화감독인 스필버그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가족애로 가득한 캐릭터와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전개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제80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자아냈다. <죠스>, <쉰들러 리스트>, <A.I.>, <캐치 미 이프 유 캔>, <레디 플레이어 원> 등 대표작을 나열하기도 벅찬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담으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무엇이 그를 영화의 세계로 안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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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 E&M]

영화에 대한 영화

영화는 짧은 역사성을 지녔지만 전 세계인의 문화생활로 빠르게 안착하며 대중성을 얻었다. 하지만 본질에 대한 고찰 없이 대중성만으로 수명을 이어가는 매체는 예술로 승화되지 못한다. 영화의 본질을 찾고자 많은 이들이 노력했고, 그 결과 <시네마 천국>이라는 걸출한 작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팬데믹과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영화계는 또 한 번 존재론적 위기를 맞게 됐다. 극장은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됐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이를 구해주리라 한때 여겼지만 대중의 반응은 점차 싸늘해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난관 속에 영화라는 매체의 예술적 지위를 지키려는 자위적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쿠엔틴 타란티노, 데미언 셔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듦으로써 영화라는 매체에 역사성과 예술성을 거듭 부여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파벨만스>를 통해 그 대열에 합류하려는 훈훈한 야심을 내보인 것이다.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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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라는 이름의 성장

‘파벨만’이라는 성을 가진 주인공 새미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난생처음 극장에 간다. 그곳에서 영화에 푹 빠져 몰입하는 새미의 표정은 우리 모두의 유년기에 하나쯤 자리할 첫 영화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영화와 사랑에 빠진 그는 아빠의 8mm 카메라로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영화를 찍는 일이 새미에게 결코 기쁨만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때로는 원치 않았던 비밀을 알게 하고, 외면하고 싶은 현실에 자신을 내버려 두고, 이별과 상실의 아픔을 겪게 한다. 그러나 영화로 인해 벌어진 그 모든 일은 새미를 지루하고 안락한 가족의 세계에서, 위태롭고 가슴 벅찬 예술의 세계로 인도한다.

영화 말미에 새미는 존 포드 감독으로부터 영화 촬영의 핵심을 전수받는다. 프레임의 최하단 혹은 최상단에 지평선이 걸쳐 있는 긴장감 있는 숏(Shot)만이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우리를 뜨겁게 하지 못한다는 진실은 비단 새미의 카메라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시련을 겪는 모두의 인생이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위험한 고비를 넘고 있는 영화계를 향해 뜨거운 위로를 건네는 듯한 마지막 장면을 보며 상처 많은 우리 인생까지 위안 받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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