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부터 감독상·여우주연상·남우조연상·여우조연상 등 7관왕
1500만 달러로 시작해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1억 달러 돌파
챗GPT “인종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영화 흥행에도 영향 끼쳐”
사회적 맥락 고려한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영화 분석 가능성↑

95회 아카데미 7관왕을 석관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팀. [사진제공=뉴시스]
95회 아카데미 7관왕을 석관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팀. [사진제공=AP/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주영 기자】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가 7관왕을 석권하는 영예를 누렸다.

지난 13일 오전 9시(한국 기준) 미국 LA에서 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 결과는 <에에올>의 압승이었다. 각각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휩쓸며 7관왕을 거머쥔 것이다.

<에에올>의 7관왕은 예견된 일이었다. 일찍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11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되었고, 뉴욕타임스·할리우드리포터·로튼토마토·버라이어티·콜라이더와 같은 외신들이 <에에올>의 최다 수상을 예측하기도 했다.

<에에올>의 국내 누적 관객 수는 3월 14일 기준 36만명으로 집계됐다.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진 덕택에 확장판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도 개봉돼 많은 이들이 N차 관람의 열차에 탑승했다.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1억 달러의 수익을 돌파하며 글로벌 흥행 신화로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왓챠피디아를 통해 별점 만점(5점)을 주며 <에에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씨네 21’도 전문가 별점 평균 8.43점(10점 만점)을 주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영화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대중과 전문가, 두 마리의 토끼를 사로잡은 셈이다.

지난해 10월 정식 개봉을 앞두고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를 통해 공개되었던 <에에올>은 등장부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화려한 영상미와 이를 깔끔하게 재단하는 편집, <에에올>만의 B급 유머 코드만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아닐 것이다. 영화계 거대 프랜차이즈인 마블과 DC만이 다룰 수 있다고 여겨진 히어로물과 멀티버스 장르를 혼합시키면서도 그 웅장한 스케일에 걸맞은 휴머니즘적인 메시지로 관객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한 또 다른 요인은 아시아계 주·조연 배우들의 활약이다. 할리우드는 다수의 백인 배우와 소수의 흑인 배우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환경으로 동양계 배우가 중요한 역할을 맡기란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의 홍콩 배우인 양자경과 베트남계 화교 출신 미국 배우인 키호이 콴이 각각 주인공을 맡으며 <에에올>에 신선함을 더했다. 백인에게만 주어졌던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악당을 물리치는 히어로’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굳어진 장르적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br>

챗GPT, <에에올>의 흥행 이유 답변은

챗GPT는 인공지능 전문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에서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공개 5일 만에 100만 명의 하루 이용자를 돌파하며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만 논문 작성이나 노래 작곡, 코딩 작업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인공지능 챗봇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다재다능해보이는 챗GPT에게 <에에올>의 흥행 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먼저 <에에올>이 많은 인기를 얻은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챗GPT는 “액션, 판타지, SF 등의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새로운 장르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시아계 배우들이 활약했다는 점, 고도의 시각적 효과와 인상적인 액션 장면, 재미와 감동이 함께 어우러진 강렬한 이야기가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함께 결합돼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는 <에에올>을 관람한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피상적인 답변이었다.

그 다음은 질문으로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활약했다는 점이 왜 서구 영화계의 관심을 끌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인상적이었다. 챗GPT는 “최근 몇 년간 서구권에서는 인종 다양성과 포용성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제작진은 이 작품에서 다양한 배우들을 섭외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현재 서구권의 대중들이 공감하는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답변은 <에에올> 제작진이 아시아계 배우를 섭외한 목적에 대해 추측하고, 그 목적이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서 추론한 것이었다. 또한 그 배경으로 최근 서구권이 주목하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언급, 챗GPT가 단순히 질문에 사용된 단어가 포함된 카테고리에만 국한돼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남겼다.

[사진=챗GPT 대화 캡처]
[사진=챗GPT 대화 캡처]

흥미로웠던 답변에 연계해 질문을 던졌다. 최근 몇 년간 인종 다양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나 사건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여러 인종 간 갈등과 인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대처와 인종 다양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해졌다. 예를 들면, 2020년 미국에서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계기로 시작된 블랙 라이브즈 메터(BLM)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펴졌다” 라고 답했다.

뒤이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해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종 차별, 편견, 인권 문제 등이 쉽게 공유되고 논의되는 시대가 열렸다. 또한 인종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인식되면서 기업들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캠페인과 제품을 내놓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인종 다양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고 했다.

이러한 답변은 실제 발생했던 사건에서 비롯한 사회운동과 기술 발전에 의한 사회적 변화, 그리고 이 모든 요소에 세심하게 반응하는 기업의 실천적 행보 총 세 가지의 각기 다른 분야의 요인을 제시한 것으로 챗GPT가 다양한 맥락의 답변을 제공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지난 13일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에는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만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고 답변했다. 이것으로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하루 이틀 내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챗GPT와의 대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에에올>의 글로벌 흥행 원인은 독창적인 장르 혼합과 감동적인 메시지를 품은 강렬한 이야기를 아시아계 배우들이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것이며, 그 배경에는 인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떠오르는 가치로 내세운 서구권의 사회적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난해 가장 화제였던 영화 <에에올>의 아카데미 7관왕에 힘입어 글로벌 흥행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현재 뜨거운 감자인 챗GPT를 사용해봤다.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일상적인 것의 새로운 접근’이다. 문화적·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했던 아시아계 사람들이 멀티버스 영화의 히어로로서 스크린에 드러나고, 검색 엔진으로 찾아왔던 수많은 정보를 AI 챗봇을 통해 깔끔하게 정돈된 문장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느끼듯 영화를 분석하는 새로운 도구로써 챗GPT의 가능성도 살펴볼 수 있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