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맞아 제주 각지에서 전시·컨퍼런스 열어
지난 7일부터 현대미술관서 <기억의 파수>展
내달 1일부터 3개 공간서 <경계의 호위>展 개최
“지나온 30년 돌아보고 나아갈 30년 바라본다”

·전시 홍보물. [사진 제공=제주4‧3미술제조직위원회]
전시 홍보물. [사진 제공=제주4‧3미술제조직위원회]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제주 4·3 미술제 조직위원회가 오는 5월 21일까지 제주도 각지에서 제30회 4·3미술제 <기억의 파수, 경계의 호위>전을 개최한다.

탐라미술인협회(탐미협)가 주최하고 4·3 미술제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주관하는 4·3미술제는 1994년 전시 <닫힌 가슴을 열며>로 시작해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4·3’의 의미를 담아 기존에 43명의 작가진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면, 올해는 예년대비 규모를 키워 103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미술제는 <기억의 파수>전과 <경계의 호위>전으로 나눠 열린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4·3사건을 ‘기억’하고 ‘파수(把守)’한 사람들의 노고를 살펴 앞으로의 30년의 ‘경계’에서도 ‘호위(護衛)’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7일부터 열린 <기억의 파수>전은 5월 21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30년 동안 4·3 미술제에 참여했던 주요 작가 20여 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먼저 꾸었던 꿈’, ‘봉인된 섬’, ‘다시 맞은 봄’ 등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

송맹석, 한라바람꽃, 캔버스에 유채, 162.1x112.1cm, 2015. [사진 제공=제주현대미술관]
송맹석, 한라바람꽃, 캔버스에 유채, 162.1x112.1cm, 2015. [사진 제공=제주현대미술관]

전시를 맡은 이종후 예술감독은 “희생자를 위로하는 ‘제의(祭儀)적 성격’의 전시로 시작해 기억 투쟁이라는 ‘운동의 성격’으로 확장된 지난 4·3 미술제의 30년 역사를 짚어본다”고 설명했다.

4월 1일부터는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공공수장고 영상관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공개해 힘을 보탠다.  

이어 <경계의 호위>전이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포지션 민에서 ‘파트 1’로, 산지천 갤러리에서 ‘파트 2’로 열린다.

파트 1에서는 국내외 작가 50여명을 초청해 4·3미술이 어떻게 국제 평화예술운동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는지 소개한다.

같은 시간 파트 2에서는 각 지역이 가진 저항의 역사를 살펴보는 기회가 마련된다. 전국 5개 지역 예술가 20여명이 참여해 근대시기 발생한 지역별 구조적 폭력의 역사를 주목하는 프로젝트 전시가 열린다.

제주4·3을 중심으로 광주5·18, 대구10·1, 동학농민운동 등의 역사가 한 벽에 걸리는 것이다.

‘기억의 파수’전 중 이명복 작 ‘광란의 기억’. [사진제공=탐라미술인협회]
‘기억의 파수’전 중 이명복 작 ‘광란의 기억’. [사진제공=탐라미술인협회]

부대 행사로는 ▲4·3미술 국제 컨퍼런스(3월 31일~4월 2일 제주도 일원) ▲도슨트 프로그램(4월 1일∼30일)이 준비되어 있다.

이 감독은 “지나온 3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30년을 바라보는 경계에서  4·3 미술의 의미를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4·3 미술사가 국내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의미를 재정립하고, 향후 30년을 바라보며 지켜야 할 가치를 주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작가회의 강덕환 지회장은 “역사는 예술로 창작될 때 기억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직위는 “미술제는 4·3항쟁의 출발점을 되새기면서 다양한 저항운동에 주목해 국내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평화운동과 연대하고, 국제평화예술운동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전시가 마무리되는 5월 1일부터 일 년간은 온라인 전시가 맥을 이어간다. 역대 참여작가들을 총망라한 4·3미술의 역사가 아카이브(archive·자료기록)로 남을 예정이다. 온라인 전시는 ‘30회 4·3미술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