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16일 두 차례나 기내·공항서 실탄 발견
강제 송환 대상 외국인 도주도…50분간 파악 못해
보안 허점 지적 이어져…국토부 “집중 점검할 것”
공사 김경욱 사장, 임기 10개월 남기고 사의 표명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  [사진제공=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여객기와 공항에서 실탄이 발견된 데 이어 강제 송환 대상이 담장을 넘고 도주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인천국제공항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인천공항경찰단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4시 20분경 카자흐스탄 국적 A(21)씨와 B(18)군이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 제4활주로 북측 외곽 담장을 넘어 공항 밖으로 도주했다.

이들은 입국 당시 다른 카자흐스탄인들과 함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려다가 입국 목적이 불분명해 불허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출국 대기실에서 이날 오후 출국 예정인 강제송환 비행기 탑승을 대기하던 도중 감시가 소홀한 틈에 달아났다.

A씨와 B군은 터미널 1층으로 내려와 창문을 깨 대기실에서 나와 활주로 3.5㎞ 구간을 가로질러 울타리를 넘어 도주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은 이들이 약 50분 동안 활주로를 가로지르며 달아날 동안 첨단 보안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음에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인천공항 보안팀은 센서 경보가 울리고 나서야 순찰차를 보냈으며, 경찰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의 추적 끝에 이날 오후 카자흐스탄인 2명 중 1명이 대전에서 체포됐다. 대전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과는 인천공항에서 도주한 카자흐스탄인 A씨를 대전 동구 가양동에 있는 한 편의점 체포했다며 남은 B군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월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객기에 반입된 ‘실탄 2발’

앞서 이전에도 인천공항 보안의 허점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10일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마닐라로 출발하려던 항공기에서 실탄 2발이 발견돼 승객과 승무원 23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인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경 인천공항에서 출발 대기 중이던 대한항공 KE621편 여객기에서 실탄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기내에서 한 승객이 좌석 밑에 떨어져 있는 실탄을 발견한 뒤 승무원에게 알렸다. 발견된 실탄은 권총 등에 사용되는 9㎜ 탄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측은 용의자는 70대 미국인 C씨라며,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탄을 감정한 결과, C씨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경찰이 인천공항 검색대 엑스레이(X-RAY) 사진과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그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C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뒤, 실탄이 발견된 당일 인천공항에서 환승해 필리핀으로 간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경찰은 인터폴에 C씨를 체포해 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이며, 실탄 반입 과정 등은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경찰은 실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는 등 수하물 검색대에서 C씨 가방 검색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소속 보안 검색요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쓰레기통에서 또 발견된 ‘실탄 1발’

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된 지 6일 만인 지난 16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5.56㎜ 소총탄이 발견됐다.

이 소총탄은 자동화 소총에 쓰이는 실탄으로, 주로 한국군 K2 소총 등에 사용된다.

환경미화원이 쓰레기통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다 해당 실탄을 발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미화원은 특수경비원에게 실탄을 넘겼고, 이후 인천공항 대테러 상황실을 거쳐 경찰에 전달됐다. 

실탄이 나온 쓰레기통은 출국장에 들어가기 전 공간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곳은 출국자 외에도 일반인도 오고 갈 수 있는 공간이다.

발견 당시 쓰레기통에 실탄만 놓여 있어 경찰은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버린 것으로 판단한 상태다. 현재 경찰은 쓰레기통을 사용한 승객 수십 명에 대한 CCTV 분석을 통해 실탄을 버린 것으로 의심되는 승객을 10명으로 압축해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소총탄은 지난 10일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발견된 9㎜ 실탄 2발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실탄 반입 책임론에 결국 ‘사의’

인천공항 내 잇따른 실탄 반입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가 입장을 내놨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어명소 2차관은 “연간 7000만명 이상 이용하는 핵심 보안 현장이라는 점을 명심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빈틈없는 보안검색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국적의 환승객이 많은 만큼 입·출국 뿐만 아니라 환승 보안검색에도 철저를 기하고 보안검색 인력을 비롯한 경비, 환경 미화 등 공항종사자 모두를 대상으로 보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국토부는 지난주 기내 실탄 발견과 관련해 관계기관 합동 조사팀이 실탄 반입경로 등을 수사 중인 것과 별개로, 국토부에서도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대처가 항공보안법상 적절했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국토부 원희룡 장관도 인천공항을 찾아 “관계기관 대처가 적절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보안 실패가 확인되면 단호히 처분할 방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토부가 단호한 입장을 드러낸 가운데, 인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이 임기 만료 약 10개월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24일 국토교통부에 다음 달 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지난 2021년 2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임기를 약 10개월을 남기고 사장직에서 떠나게 됐다. 

최근 여객기와 공항에서 연속 실탄이 발견되는 등 공항 보안에 잇따라 구멍이 뚫린 것이 이번 김 사장의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와중에 강제 소환 대상인 외국인이 도주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공사 측은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공항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내달 경영평가 이후 용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입장은 오는 28일에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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