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세로, 동물원 탈출 후 3시간30분 만에 붙잡혀
잇달아 부모 잃고 홀로 지내…최근 외로움 많이 호소도
온라인서 패러디 열풍…NBC 뉴스 등 외신에도 보도돼
동물원 폐지 목소리 나와…동물원 측 “시설물 보수할 것”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주택가에 얼룩말이 나타났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주택가에 얼룩말이 나타났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얼룩말 ‘세로’의 탈출 소동이 큰 화제를 불러온 가운데, 동물원 환경등에 대한 동물복지 논란이 점화됐다.

서울어린이대공원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2시 40분경 2021년생 수컷 얼룩말 ‘세로’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나무 데크를 부순 뒤 탈출했다.

세로는 약 20분 동안 차도와 주택가 등을 활보하다가 동물원에서 1㎞가량 떨어진 광진구 구의동 골목길에서 포위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 공원 사육사 등은 세로를 둘러싸고 안전 펜스를 설치한 뒤 총기 형태의 마취장비를 사용해 세로에게 일곱 차례 근육이완제를 투약했다.

마취로 인해 쓰러진 세로는 탈출 3시간 30분 만인 오후 6시 10분경 동물원으로 돌아왔으며, 의식이 돌아온 후에는 수의사 등의 보살핌을 받으며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얼룩말 탈출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원에 있는 얼룩말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동물원에 있는 얼룩말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얼룩말 ‘세로’의 슬픈 사연

소동 이후 차례로 부모를 잃고 홀로 외롭게 지내왔다는 세로의 사연이 공개되며 많은 이목을 끌었다.

서울시설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세로는 지난 2021년 엄마 ‘루루’에 이어 지난해 아빠 ‘가로’를 잃은 뒤 세로는 축사에서 홀로 지내왔다. 부모가 낳은 형제들 모두 세로가 태어나기 전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탈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세로가 홀로 지내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외로움을 호소했고 반항도 심해졌다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올해 1월 올라온 공단 유튜브 영상에서도 “엄마, 아빠 껌딱지였던 세로가 부모를 잃고 반항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세로가 인근 축사에 있는 캥거루와도 다투거나 얼룩말을 향해 ‘더 이상 가출 안 한다’는 자막이 등장한다.

세로의 숨겨진 사연을 전하며 어린이대공원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상반기 예정됐던 시설물 개·보수 공사 시기를 앞당겨 어린이날 전까지 울타리 소재를 목재에서 철제로 바꾸고 높이도 더 높일 예정”이라며 “세로는 당분간 안정을 취한 뒤 시설물 보수가 완료되면 다음 달께 방사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로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암컷 얼룩말을 동물원으로 데려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 [사진제공=뉴시스]

“꿈 이뤄주자”…‘패러디’ 봇물

일명 ‘동물원 탈출 사건’의 주인공 세로는 CNN, BBC, NBC 뉴스 등 주요 외신들에 보도됐다.

어린이대공원 조경욱 동물복지팀장은 지난 24일 NBC 뉴스를 통해 “세로가 도로 한복판을 활보하는 영상을 보던 중 교통 체증이 심한 와중에도 운전기사분들이 차를 가로막은 세로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세로의 탈출을 통해 우리 동물원이 얻은 교훈은 동물원 리모델링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라며 “올해 상반기 내 세로가 머무는 우리의 울타리를 목제에서 철제로 바꾸고, 오래돼 낡은 건물도 수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세로를 활용한 패러디 이미지가 여러건 게재되며 화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답답한 동물원을 탈출한 세로의 꿈을 대신 이뤄주자’라는 취지로 여러 이미지를 만들어 공유했다.

일부 사이트에는 ‘UN 콘퍼런스에서 발언하는 세로’, ‘왕좌의 게임 의자에 앉아있는 외로운 세로’ 등 다양한 이미지가 올라왔다.

또한 세로가 서울 광진구의 주택가 및 도로를 활보하는 순간이 담긴 사진들이 올라왔으며, 오토바이 배달원이 골목길에서 세로와 대치했던 상황을 영화 포스터 등으로 패러디한 사진도 게시됐다.

지난해 7월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사자들이 더위를 피해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자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7월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사자들이 더위를 피해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자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동물원 환경을 개선해야”…우려의 목소리도

하지만 이번 탈출 소동을 두고 동물을 가둬두는 동물원 환경 등 동물복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어린이대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는 소동 발생 후 동물을 가둬 사육하는 동물원 환경을 지적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단체생활을 하는 얼룩말을 좁은데 혼자 둔 이유가 있냐”며 “외롭고 답답한 환경에 있는 세로에게 더 넓은 공간과 다른 친구들과 생활하는 게 더 낫다면 그렇게 해달라,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얼룩말은 무리생활하는 동물이다”며 “인간으로 따지면 집구석에 가두고 먹이만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세로 탈출 소동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얼룩말이 도심 속 차도를 달리는 모습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듯 모든 동물에게는 진짜 어울리는 장소가 있다”며 “어떤 동물은 깊고 넓은 바다에, 또 다른 동물은 푸른 창공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동물원에서 태어난 두 살짜리 얼룩말 ‘세로’에게 난생 처음 달려본 울타리없는 세상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라며 “동물원은 그들에게서 헤엄치고 달릴 자유를, 하늘을 날고 산에 오를 기쁨을 앗아가야 만들 수 있는 착취의 현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들은 지난해 말 통과한 동물원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에 이어 실제로 열악한 시설을 없애고 처참한 환경에서 동물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하위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부터 ‘인간-동물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그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이동신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세로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도 특히 도심에 있는 동물원의 관리 시스템, 유지 방식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며 “또한 ‘동물을 가둬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동물원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당장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낼 순 없기에 현실적으로 환경, 방식 등을 개선 및 보완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물원에 도심 환경에 맞지 않는 동물들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더 나아가 동물원의 역할이 야생에서 다쳐 더 이상 살 수 없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곳, 야생으로 가기 전 학습 등으로 거쳐가는 곳 등으로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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