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1호 발동
민주당 13일 재의결 추진, 쉽지 않은 재의결 과정
부결될 가능성 매우 높아지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결국 내년 총선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66인, 찬성 169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66인, 찬성 169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1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3일 재의결을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의결이 될지는 미지수다. 재의결을 했지만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후속 대응책 마련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윤 대통령도 재의결이 무산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전량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쌀값 안정화를 해서 농민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당초 민주당은 쌀 초과 생산량 3% 이상, 전년 대비 5% 이상 쌀값 하락 시 의무 매입안을 발의했지만 여당이 반발하면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2차례나 제시하면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정부의 매입 비용 부담 및 농업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지적하며 법안 처리에 반대하면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1호가 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5월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7년 만이며,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1호가 됐다.

민주당은 오는 13일 재의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헌법과 법류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은 결국 재의결을 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굴하지 않고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230만 농심은 물론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거부권이 발동된 법안은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이송되며 국회는 이를 재투표한다. 재의결은 재적 과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돼야 한다.

농민의길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농민의길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3일 예정대로 재의결

오는 13일 예정대로 재의결을 할 경우 여야 의원 전원이 출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시 말하면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석 이상을 확보해야 재의결이 통과가 되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115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200석을 넘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윤 대통령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재의결에서 부결될 것이라고 판단해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재의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재의결에 들어간다면 부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연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부당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의결을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있다.

가뜩이나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결을 통해 심기일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재의결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재의결의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의결 투표가 무기명이라는 점과 여당 농촌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탈표를 기대하고 있다.

총선에 기댈 수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농촌 지역 의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부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생각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을 한다는 방침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가 보호를 위해 필요한 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재의결에서 만약 부결이 된다면 원안을 갖고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 개정안은 김 의장 중재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농민단체들도 반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안 그대로 재추진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황근 농림부 장관 탄핵 카드도 꺼내들고 있다. 한 총리나 정 장관이 양국관리법 관련 대국민 담화 과정에서 국회와 국민을 능멸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내년 총선의 최대 화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부결된 이후 민주당은 원안을 그대로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숙의 기간이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처리되기 힘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22대 국회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내년 총선의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과연 농촌 지역 여당 의원들은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에 따라 내년 총선의 향배도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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