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토론 없이 통과돼 유감”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 비난
與, “野 부당 강행처리” 여론전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경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조금 전인 낮 12시쯤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1호 거부권’이다.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은 이 법안이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농정의 목표는 농업을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고, 농업과 농촌을 재구조화해 농업인들이 살기 좋은 농촌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농업과 농촌을 농산물 가공산업 관광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2차 3차의 가치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양곡관리법)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농업인들도 양곡관리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면서 “법안 처리 이후 40개 농업인 단체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며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쌀 수급을 안정시키고 농가 소득 향상과 농업 발전에 관한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국회로 돌려보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야권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쌀이 시장수요의 3~5%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전년도보다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정부여당은 이 법안을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고 규정하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왔다. 대통령실 또한 그동안 거부권 행사 방침을 내비쳐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거부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거부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與, “野 일방 강행처리 부당” 여론전

국민의힘은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앞서 당위성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집중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예고와 관련,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법을 막을 방법은 재의요구권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당은 이미 여러 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업 전반과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처리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재의요구권을 대통령께 건의하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상기했다.

이어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삭발식까지 하며 규탄대회를 열었다”며 “엑스포 실사단이 국회를 방문하기 직전에 국회 내에서 삭발식 같은 극한투쟁을 해야 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부끄럽기까지 하다”며 “민주당은 실패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정당”이라고도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임대차 3법, 4대강 보 해체, 북핵정책, 탈원전 정책 등 폐단이 지금도 드러나고 있는 광고물 관리법 등 모두 민주당이 숫자로 밀어붙이고 처참한 실패로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반성과 사과는 커녕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에서 누가 이런 걸 주도하는지 참으로 한심하다”며 “저런 정당이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르려는지 남의 당이지만 참으로 걱정”이라고 비꼬았다.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양곡관리법과 관련해서 “오는 6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구체적인 후속대책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예고하는 한편,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대못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시행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박 의장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국민의 바람을 담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시행돼야 하는 건 국민 명령”이라면서 분양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조항 폐지와 취득세 중과세 완화, 부동산 전매 제한 완화 등 1·3대책 후속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듭 반대 의견을 밝히며 국회 재의 요구(거부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양곡관리법은) 지금도 남는 쌀을 더 많이 남게 만들고 이를 사는데 들어가는 국민 혈세는 매년 증가해 2030년 1조4000억원대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오히려 쌀값은 떨어지고 쌀 재배 농가 소득도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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