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 들어 洪 상임고문 해촉 결정
김기현, 홍준표 내치고 마이웨이
비윤계, 내년 총선 앞두고 목소리↑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국민의힘 상임고문에 위촉됐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해촉됐다. 이로써 김기현 지도부와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 지도부는 광역단체장이 상임고문을 함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해촉 사유를 밝혔지만 정진석 비대위 체제에서 위촉했다는 것 자체가 관례를 어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촉 사유로 내세울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최근 들어 홍 시장이 계속해서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광훈 때문에

누가봐돠 홍 시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 상임고문에 해촉됐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2022년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상임고문에 위촉됐다. 다시 말해 대구시장의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임고문에 위촉된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홍 시장을 해촉시킨 이유에 대해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거나 하는 분은 안 계신 게 관례였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정상화 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정진석 비대위 체제에서 홍 시장을 상임고문으로 앉힌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궁색한 변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일어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일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 행사에 참석해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것과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 했다는 발언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또한 김 최고위원은 4.3 기념일을 두고 3.1절이나 8.15 광복절 보다는 급이 낮아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이유로 홍 시장은 계속해서 전 목사를 국민의힘에서 축출하고, 김 최고위원은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은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김기현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렇듯 비판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김 대표는 지자체 일이나 전념하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시장이 계속해서 김 대표를 비판하자 급기야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대구광역시 국가산단 및 균형발전 현안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대구광역시 국가산단 및 균형발전 현안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내년 총선 빨간 불

그러면서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징계를 내려야 할 사람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고 쓴소리를 한 사람의 입을 틀어 막겠다고 한다면 총선에서 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당장 당 안팎의 여론은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쓴소리를 내뱉는 사람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는 것은 결국 내년 총선 공천 과정 속에서 나오는 잡음을 없애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당 안팎의 불만을 강제로 막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쓴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그에 합당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이야기에 귀를 막고 오로지 용산만 쳐다본다면 내년 총선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런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중앙당 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당무감사위원장엔 신의진 전 의원(연세대 의과대 정신과학교실 교수)을 각각 선임했다.

아울러 청년 대변인직을 부활시켜 김가람 전 한국 청년회의소중앙회장(전 청년최고위원 후보)을 임명했고, 당 정책위원회는 정책위 청년부의장 1명과 정책조정위원회 청년부위원장 6명을 공개 모집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비윤계 갈등

사실상 이러한 행보는 김기현 대표 체제로 확실하게 굳히고, 비윤계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잠재우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런 계획은 내년 총선 공천이 다가올수록 틀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윤계가 재갈을 채운다고 해서 침묵할 집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홍 시장이 상임고문에 해촉됐다고 해서 침묵 자세를 유지할 사람이 아니다. 홍 시장의 그간 대응을 비춰볼 때 더욱 목소리를 높힐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목소리는 그나마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애정이 담긴 쓴소리였다면 앞으로의 쓴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 시장도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위 조절을 할 수도 있겠지만 김기현 지도부가 홍 시장을 어떤 식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홍 시장의 상임고문 해촉은 비윤계에서도 트리거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윤계 학살 가능성을 홍 시장 해촉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비윤계의 앞으로 태도는 둘 중 하나다. 김기현 지도부에 순응해서 살아가느냐 아니면 쓴소리를 더욱 내뱉느냐는 것이다. 후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차피 순응해서 살아가도 공천 학살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년 총선 이후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쓴소리를 내뱉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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