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우리 당원도 아니다?…거리두기
전광훈도 역공의 자세 취하고 나서면서부터
전광훈 세력 축출 목소리 점차 높아지지만
내년 총선에서 최대 악재가 될 수도 있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국민의힘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과연 국민의힘 내부에서 전광훈 세력을 축출할 수 있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난 전당대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전광훈 세력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들을 축출하려고 나서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이지만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는 미지수다.

전광훈 세력을 국민의힘에서 내쫓을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내년 총선이 달라진다.

전광훈의 반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연일 국민의힘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로 인해 시끄럽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그 불씨를 당겼다.

김 최고위원이 끝내 한달 간 공식 활동을 자제하겠다면서 전 목사와 관련된 이슈는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엉뚱하게도 전 목사 이슈는 다시 불거졌고, 당 안팎에서는 전 목사 세력을 축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기현 대표는 기자들에게 “그 사람은 우리 당 당원도 아니다”면서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마치 국민의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은 더이상 용납 않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면서 전 목사와 국민의힘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목사 역시 만만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들은 권력을 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국민의힘을 감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김재원 최고위원이 우리 교회에 와서 조금 실언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같은 당의 사람은 품어야지 왜 같은 당에서 싸우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목표는 다음 총선에서 200석을 서포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각성해 주길 바란다”면서 여전히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할 뜻을 내비쳤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하태경 의원은 전 목사와 전 목사 세력을 국민의힘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왜냐하면 전 목사와 결별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 목사가 극우적 이미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도층에서는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국민의힘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식의 분위기가 보이게 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선이다.

전광훈 목사가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회의원 200석을 위한 기독교 지도자대회’에 앞서 유튜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광훈 목사가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회의원 200석을 위한 기독교 지도자대회’에 앞서 유튜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내년 총선 빨간 불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는 전 목사와 전 목사 세력을 축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전 목사 세력이 대규모로 당원 가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은 어느날 갑작스럽게 대규모 당원 가입이 이뤄져서 추천인을 살펴보면 ‘전광훈’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수도권에만 추천인에 전광훈이라고 적혀 있는 당원가입서가 수만장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심지어 10만 정도는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전 목사 세력이 당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을 모두 축출하자는 것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그 이유는 그들이 공천을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공천 룰이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원 참여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즉, 당원 투표에 의해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전 목사 세력이 후보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당원들이 주소지를 이전해서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투표를 한다면 그것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전 목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나선다면 전 목사 세력이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고민스런 국민의힘

내년 총선 공천이 전 목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당 안팎으로서도 상당히 고민스런 대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전 목사 세력을 축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추천인에 ‘전광훈’이라고 적힌 당원들 모두 색출해서 축출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결국 추천인이 전 목사이기 때문에 당원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것인데 박탈당한 당원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법적 소송이라도 나선다면 그야말로 더욱 골치 아픈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실제로 축출됐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결국 안티 국민의힘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보수의 분열이 되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거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의힘으로서도 전 목사를 무조건 축출할 수도 없는 문제라는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 목사를 끌어 안을 수도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앞으로 국민의힘이 전 목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승패가 갈리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목사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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