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감독 이병헌 신작...박서준·아이유 출연
홈리스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단 실화 바탕 영화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사는 대사로 즐거움 선사해
영화 후반부 애국심 강조한 연출은 아쉬움 남겨

영화 ‘드림‘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드림‘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투데이신문 이주영 기자】영화 <드림>은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홈리스 월드컵은 노숙인이나 시설거주자와 같은 주거 취약 계층의 자립 의지를 북돋우고, 그들을 향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최된 국제 대회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홈리스 월드컵을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영화 <드림>은 익숙한 캐릭터 설정과 홈리스 선수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이용한다. 이용의 주체는 영화 자체이기도 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축구 감독 ‘홍대(박서준 분)’와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 분)’이기도 하다.

사기 혐의로 도주 중인 어머니를 향한 기자의 모욕적인 질문에 폭행으로 답한 홍대는 선수로서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위기를 맞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홈리스 축구단 감독을 맡는다.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작업해 돈을 벌고자 하는 소민은 다소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끝에 가서는 홍대의 의리와 선수단의 열정에 감화되는 인물이다.

이익을 얻기 위해 합류한 홍대와 소민마저 감동시키는 홈리스 선수들의 인생 이야기는 관객의 마음도 움직인다. 지적장애를 앓는 연인을 위해 축구를 하는 ‘범수(정승길 분)’부터, 첫사랑을 찾기 위해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인선(이현우 분)’,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이고 싶은 ‘효봉(고창석 분)’ 등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무겁지 않게, 하지만 감명 깊게 다가온다.

영화 ‘드림‘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br>
영화 ‘드림‘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신파를 이용하겠다는 소민의 야심찬 계획처럼 영화 ‘드림’ 역시 적당히 오르내리는 감정선을 따라 전개된다. 전작 ‘극한직업’과 ‘멜로가 체질’에서 보여준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사는 대사들로 러닝타임 내내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한국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면서부터 감정선은 과한 진폭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중의 야유나 환호는 스포츠물에서 맛볼 수 있는 묘미지만, 선수들이 보여주는 경기력에 비해 관중의 반응이 과하면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외국 관중들이 기립해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모습은 경악스럽다. 실제 경기에서 그런 반응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극적으로 연출하는 일은 다른 문제다. 로우 앵글, 슬로우 모션으로 격앙된 관중의 얼굴을 하나하나 찬찬히 잡는데 이어서 몸을 내던지며 경기에 정열적으로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교차된다. 시쳇말로 ‘국뽕’이 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 감독은 지난 17일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소재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영화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마냥 슬퍼서도, 마냥 희극적이어서도 안 되기에 그 균형을 잘 잡는 일이 가장 큰 숙제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과연 그의 의도대로 균형이 잘 잡힌 영화였는지는 의문이다.

조금 뒤쳐진 곳에서 보통을 향해 꿈을 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드림>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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