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다르덴 형제 감독 최초 내한 기자회견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내한 소감 통해 한국 영화를 향한 애정 드러내
타지에서 와 수난 겪는 두 아이의 우정 다뤄

지난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지난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투데이신문 이주영 기자】<로제타>, <더 차일드>로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이 지난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 개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11살 ‘토리(파블로 실스 분)’와 16살 ‘로키타(조엘리 음분두 분)’가 벨기에에서 겪는 참담한 현실을 묘사한 <토리와 로키타>는 다르덴 형제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영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 누구보다도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두 아이는 연고 없는 타향에서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난민 자격이 인정돼 체류증을 받은 토리와 달리 불법 이민 브로커를 통해 벨기에로 들어온 로키타는 비자 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지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 고향에서 자신만 바라보고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을 위해 돈을 부쳐야 하는 로키타는 마약 판매상 ‘베팀’ 밑에서 일하며 점차 수렁으로 빠져든다.

어린 나이에 비해 영리하고 독립적인 토리는 로키타를 돕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서 외국인 미성년자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는 힘들다. <토리와 로키타>는 그들을 착취하는 음지의 산업과 이를 운용하는 어른 틈에서 아등바등 살아남으려는 두 아이의 처절한 몸부림을 냉철하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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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사진제공=영화사진진]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다르덴 형제는 취재진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코로나로 인해 일정이 취소됐다가 드디어 전주에 오게 돼서 행복하다. 이번 기회에 한국을 직접 경험해 보려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뤽 다르덴 감독은 “한국은 훌륭한 감독과 평론가들이 많아서 영화로 잘 알고 있었다”라며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영화를 만든 계기에 대해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오는 아이들이 음성적인 산업으로 빠지거나 원인불명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런 상황에 놓인 두 아이가 난관을 겪으면서도 진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다”라고 답했다.

영화 속 마약 재배 현장에 관해 뤽 다르덴 감독은 “마약단속반에서 일하는 경찰 친구가 갱단을 검거할 때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세트를 구현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 연출은 매우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돼 <토리와 로키타>의 핍진성을 부각한다.

다르덴 형제는 이번 작품을 처음으로 비전문 배우를 기용했다. 처음에는 두 감독 모두 걱정을 많이 했지만, 모든 액션 신과 카메라 동선을 배우와 함께 연습하면서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고 전했다. 처음 시도한 캐스팅에 대해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사실상 내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연기를 보니 우리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뤽 다르덴 감독.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br>
지난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뤽 다르덴 감독.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

형제가 함께 영화 작업을 하는 일에 대해 뤽 다르덴 감독은 “같은 부모 밑에서 나고 자라 어려서부터 함께여서 그런지 작업할 때 신기할 정도로 이견이 없다. 시나리오, 촬영, 편집까지 전부 함께 한다”라며 형과의 깊은 유대감을 드러냈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봐도 알 수 있듯 사회 취약계층의 드라마를 매번 섬세한 눈길로 담아내려는 노력은 이번에도 관객을 감동시켰다. 토리와 로키타가 보여준 깊은 우정은 우리 사회에 결여된 연대의 가치를 강조한다. 우정도 연대도 모두 상대방을 향한 관심에서 시작한다. 다르덴 형제 역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두 아이를 통해 우정의 중요성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르덴 형제 감독의 신작 <토리와 로키타>는 오는 5월 10일 개봉한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5월 6일까지 전주 전역에서 진행되며 상영작 정보와 행사 안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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