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기술 탈취 아니라는 점 강조 강경한 대결 전망
씨즐 플랫폼에 누 될까 전략적 철수 판단한 듯
향후 사업 추진 성과 내기에 속도낼 필요 더 높아져

롯데헬스케어 영양제 디스펜서 특허 도면(왼쪽)과 디스펜서 제품 필키 이미지컷. 사진출처=특허청, 롯데헬스케어]<br>
롯데헬스케어 영양제 디스펜서 특허 도면(왼쪽)과 디스펜서 제품 필키 이미지컷. 사진출처=특허청, 롯데헬스케어]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롯데그룹의 ‘뉴롯데’ 사업 중 하나인 헬스케어 사업이 첫 단추부터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으로 삐걱이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성공적인 수습 가능성과 향후 전망이 주목된다. 진행 경과에 따라 ‘호사다마’로 평가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알약 디스펜서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한때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에도 출시를 준비했으나 결국 접은 것. 

 지난해 설립된 롯데헬스케어가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을 접으면서 회사가 초반부터 논란에 휘말렸다는 지적은 물론, 류롯데 구상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풀이가 나온다. 뉴롯데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사업이다. 

미래 먹거리 상징에서 아이디어 도용 논란거리로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의 4대 핵심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헬스케어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신성장3팀을 롯데헬스케어라는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키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실로 올해 초 롯데헬스케어는 ‘CES 2023’에서 맞춤형 헬스케어 플랫폼(캐즐)과 알약 디스펜서(필키)를 내놓았다.

하지만 알약 디스펜서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따라했다는 도용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와 협업을 타진했다. 다만 몇 차례 미팅 진행 결과 양측의 입장차로 제휴 등 사업 협의는 실패했다.

​알고케어 측은 소비자에게 알고케어라는 브랜드로 판매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를 롯데헬스케어가 받아들이지 않아 협력 논의는 성과없이 끝났다는 것.

​그러나 이후 롯데헬스케어가 알약 디스펜서를 내놓으면서, 양사간 사업 논의 과정에서 알고케어가 공개한 영업비밀과 아이디어를 롯데 측이 베껴 자체 사업을 벌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투자를 미끼로 스타트업에 접근해 기술 알맹이만 채 가는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 기술 탈취’에 해당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겨도 이미지 문제...플랫폼 등 다른 과제 촉각

기술 탈취 논란에 롯데헬스케어 측은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특히 5월경에는 롯데헬스케어가 출원한 특허(정제 디스펜서, 등록번호 1025132640000)가 등록되면서 분쟁에서 롯데 측이 한층 강수를 둬 나갈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 바 있다. 특허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근거로 기술 탈취 의혹과 무관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 것.

하지만 행정 당국은 물론 정치권까지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면서 상황을 반전됐다.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선 데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도 기술분쟁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특허가 인정된 것과는 별개로 특허청 역시 부정경쟁행위 관련 조사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서도 중소기업기술보호법 전면 개정 등 롯데 측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관측됐다. 기술 탈취에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선을 현행 3배에서 5배까지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등 정관계와 여론 등 주변 상황이 모두 안 좋아진 셈이다.

결국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확산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하고 업계에 동반성장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디스펜서를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8일 밝히고 나섰다.

분쟁을 지속해 이긴다 해도 이미지 타격 등으로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 전향적으로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정위 조사 등이 남았기 때문에 이들 이슈에는 정면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헬스케어는 “스타트업의 영업비밀을 탈취한 사실이 없으며, 해당 디펜서는 이미 해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공정위와 특허청 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제품 출시를 철회한 이후에도 갈 길은 멀다. 이에 따라 금명간 새롭게 론칭할 건강관리 플랫폼(캐즐) 사업에 대해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알약 디스펜서 사업 철회도 결국 전체적인 플랫폼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서둘러 철수를 단행한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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