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근로 시스템 변화, 결국 세대갈등으로
‘자아 실현’, ‘워라밸’, ‘수평적 기업’ MZ의 목소리
네이버·카카오 등 근로자에 자유 부여 기업 늘어
해결하기 어려운 세대갈등, 사회적 차원 노력 필요

지난 4월 6일 투데이신문과 청년플러스포럼은 ‘ESG 관점의 MZ세대 뉴노멀 소통’을 주제로 제3회 청년플러스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공존 가능한 세대적 소통과 다양성 수용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이러한 논의의 장의 연장선에서 제1기 청년플러스 서포터즈 대학생 기자단 21명이 직접 발로 뛰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기획기사 [청플 Report]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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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준형 김화랑 남궁민재 양유리 정령서 기자】 “직장 내에서 MZ세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이전 세대는 직장과 나, 업무와 나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많지만, MZ세대는 일터에서의 나와 일상에서의 나를 분리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른바 MZ세대(1980년~2010년 초반 출생 세대)인 윤지연(22)씨는 이처럼 기성세대가 MZ세대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세대별 특징’을 언급했다. 세대별 차이점으로 인해 현재 대한민국 직장에서는 ‘에어팟 논쟁’, ‘회식 논쟁’ 등 여러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MZ세대와 기성세대가 지닌 업무수행 방식에 대한 관점 차이는 조직 내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MZ세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근로 시스템의 과도기에서 탄생한 세대 갈등

그렇다면 MZ세대와 기성 세대의 관점 차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2011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신동엽 교수 등이 발표한 ‘IMF 위기 이후 한국 인사조직경영의 패러다임 전환: 특별 포럼의 의의와 목적, 그리고 학문적 과제’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1997년 말 한국이 맞은 IMF 위기는 우리나라 인사조직경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IMF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는 대규모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진행하며 단기간에 연봉제, 성과주의 인사제도, 비정규직과 고용의 유연화 등이 확산했다. 실제로 비정규직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전체 고용의 35~50%를 차지하고 있다. 채용 대상 측면에서 경력자 채용 비중이 늘고 채용 시기 측면에서도 상시 채용 비중이 늘었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집단주의 성격을 강조하며 조직에 대한 몰입과 충성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조직 구성원들은 장기적 고용을 보장받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IMF를 기점으로 깨지면서 조직 구성원은 조직과 업무에 대한 몰입 수준을 낮춰가기 시작했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이처럼 변화하는 한국 근로 시스템의 과도기 속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관점 차이에 따른 갈등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 내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IMF 이후의 근로 시스템에서 대부분 처음 일을 시작해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나아가,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기성세대와 조직보다는 자신이 더 중요한 MZ세대 등 두 세대 간의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게 됐다.

[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뱅크]

“워라밸이 가능한 조직서 일하고파”

그렇다면 청년 세대가 일하고 싶은 조직은 어떤 곳일까.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청년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MZ세대는 ‘유연한 근무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설재상(23)씨는 “MZ세대의 특징은 기존에 이어져 오던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보다는 유연한 근무 형태와 개인 시간의 보장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과거엔 평생 직장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반면, 요즘은 ‘N잡’과 ‘부업’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 MZ세대는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삶이 아닌 퇴근 후의 나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MZ세대는 근무 시간을 지키지 않는 회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대학생 홍정수(23)씨는 “야근에 대한 기성세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야근한다고 일의 능률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5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도 이같이 나타났다.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지 않거나 퇴사의 사유가 될 수 있는 일자리 특징’은 ‘정시 근무가 지켜지지 않는 직장’(2.9점/4점 만점)이 1순위로 뽑혔다. 이를 통해서는 업무 시간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일했으면 역할을 다한 것이고 야근을 당연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MZ세대의 가치관은 회식 문화에서도 보인다. 직장인 남승희(22)씨는 “회식이 잦아지면 확실히 나만의 시간이 줄어든다”며 “이제는 강제로 회식에 참석하는 문화가 사라졌지만 그래도 참석하지 않았을 때 눈치 보이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2021년 트렌드 모니터가 실시한 직장인 회식문화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MZ세대는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즉, MZ세대를 조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워라밸’을 철저히 지켜줘야만 한다. 

“수평적인 문화도 중요”

수평적인 문화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대학생 김태은(21)씨는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이 복지가 잘 돼 있고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회사가 좋다. 옛날 방식의 수직적인 문화가 아닌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과거엔 팀장, 부장 등 상하관계를 무조건 지키는 수직 관계였다면, 최근에는 평등한 근로문화를 추구하며 수평적인 분위기를 가진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의견을 살펴볼 수 있었다. 김씨는 “수평적 조직 문화는 위아래가 없는 문화가 아니라 의사소통과 구성원과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하되, 업무적 실행은 효율성을 위해 수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2020년 잡코리아가 신입 구직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스타트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로는 ‘기업문화가 자유로울 것 같아서’(49.4%)였다. 스타트업 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 역시 ‘수평적인 조직문화’(34.6%)였다.

MZ세대가 직장 내 팀원과 소통하는 것을 꺼린다고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생 강미서(23) 씨는 “너무 사무적이지도 않고 너무 가족적이지도 않은 분위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MZ세대는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한다’는 일방적인 수직적 방식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일 뿐, 다른 세대만큼의 소통을 원했다. 

“개인 역량 향상과 자아실현 가능해야”

개인의 성장 여부도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대학생 설재상(23)씨는 “자아실현 가능성이 작다면 퇴사할 것 같다”며 “배움을 통한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이 회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면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MZ세대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갈망하는 세대다. 이러한 개인 성장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조직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잡코리아가 2021년 MZ세대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개인의 역량 향상과 발전’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6.4%(복수 선택 응답률)로 가장 많았다. 

자아실현 여부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대학생 강내경(23)씨는 “회사 시스템이 나와 맞지 않을 때, 회사가 효율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퇴사를 고려해 볼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윤지연(22)씨는 “조직의 목표가 좀 비도덕적이라거나 제가 생각한 가치와 너무 방향을 달리할 때 퇴사의 이유가 될 것 같다”며 “목표의 방향이 같지 않으면 결국 자아실현이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MZ세대는 직장으로부터의 자아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회사 내 승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MZ세대는 자신의 커리어 확장을 우선시 생각한다. 즉, MZ세대는 조직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동일하거나, 조직에서 배움의 기회가 많은 근로문화를 선호함을 알 수 있다.

이유있는 ‘네카라쿠배’ 선호

워라밸과 회식문화 그리고 근무 시간 등 MZ세대가 겪는 조직 내 관점 차이를 타파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라 불리는 ICT 기업이 있다. MZ세대가 이 기업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높은 연봉도 있지만 조직 문화가 자유로운 것도 한몫한다. 이들은 근무지 자율 선택제, 완전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도입해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주고 있다.

네이버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구성원의 72%인 2938명이 참여한 조직문화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조직문화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카카오가 2021년 실시한 조직 건강성 측정 결과, ‘긍정 일 경험’ 변수의 긍정 인식 비율이 71%로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에 재직 중인 MZ세대 회사원 A씨는 “선택적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회사 덕분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점심시간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좋다”며 자율성을 주는 부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직장 내 세대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기성세대와 비교했을 때 MZ세대는 고용안전성보다는 조직의 수평적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며, 회사의 성장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자 한다. 이는 MZ세대들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선택할 때 ‘워라밸’이 보장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기업을 가장 선호함을 의미한다. 

조직에 요구되는 과제는

세대 간의 갈등은 비단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 갈등 그 자체도 어려움을 초래하지만, 이와 관련된 나비효과로 인해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유발될 수 있다. 

먼저 세대 갈등은 조직 구성원들이 의사소통에 대한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박민용 교수는 “리더십, 의사소통, 생산성, 만족도, 업무역량, 재직률, 응집력 등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제한적인 요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박 교수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에서의 갈등은 상호 신뢰와 협력에 영향을 주고 이에 대한 성과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업 내 갈등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인한 매출 감소, 고용 문제, 품질 저하, 거래처 미확보, 수출경쟁력 등의 경제적인 손실같은 문제들이 유발될 수 있다. 조직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문제로 커질 수 있어 조직 차원에서 다양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 교수는 “조직 차원에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대 갈등 완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며 세대 갈등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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