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시리즈 마지막 장식할 최종장의 1부
시리즈 도중 퇴장했던 캐릭터들 화려하게 부활해
액션신 독창성은 글쎄... 빌런의 존재감은 ‘강렬’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

【투데이신문 이주영 기자】지난 2001년 개봉한 <분노의 질주> 1편이 어느덧 역대급 캐스팅과 초호화 액션팀을 거느리고 열 번째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로 돌아왔다. 주인공 ‘도미닉(빈 디젤 분)’이 과거(<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 처단했던 브라질 마약 조직의 보스에게 사실 아들 ‘단테(제이슨 모모아 분)’가 있었고, 단테가 도미닉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간신히 규합한 돔 패밀리를 위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성대한 막을 내릴 최종장의 part.1 격인 이번 영화는 전 세계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키겠다는 듯 무대에서 퇴장한 캐릭터들까지 대거 불러 모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커튼콜에 기립해 박수 치는 사람은 충성심으로 극장을 방문한 이들뿐이다.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은 유튜브에서 시리즈 요약본을 미리 시청하고 가거나 영화 속 플래시백으로 그들의 관계성을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긴 시간 여러 편의 영화가 차례로 개봉하는 시리즈물의 특성상 대열에 미리 합류하지 않은 관객의 소외감은 차치하고서라도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매력은 그다지 강렬하지 않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본질인 카레이싱이 빌런 단테의 악랄함을 부각하는 장치로 소모되기 때문이다.

영화 &lt;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gt;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br>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

러닝타임 중 가장 강렬했던 액션신인 자동차에 와이어로 연결된 헬기를 추락시키는 장면은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서 대형 금고를 와이어로 자동차에 연결해서 탈취하는 장면과 닮아있다. 오마주라고 생각되기보다는 아이디어의 한계가 역력히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단테가 굴린 거대 중성자 폭탄이 바티칸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며 로마 곳곳을 파괴하는 액션신은 독창적이었다. 하지만 중성자 폭탄의 ‘거대함’과 ‘빠른 속도’를 강조하고자 풀숏(full shot·피사체의 전체 모습이 프레임에 가득 차도록 촬영하는 기법)으로 잡고 빠른 속도로 편집한 호흡은 거대한 폭력성을 도리어 밋밋하게 만들었다. 폭탄의 진로를 방해하려는 돔 패밀리의 차체 또한 같은 풀숏과 빠른 편집으로 연출돼 비슷한 체급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폭탄의 질주를 막는 일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카메라 위치를 고정시키고 거대 폭탄이 로마를 관통하는 장면을 익스트림 롱숏(extreme-long shot·광활한 배경 속에 피사체가 작게 잡히도록 촬영하는 기법)으로 연출했다면 폭탄의 막대한 질량과 운동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lt;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gt;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br>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셜 픽쳐스]

빌런 단테의 독특한 캐릭터성은 인상적이었다. 그의 화려한 옷차림과 안하무인 한 면모, 살인에 망설임 없는 잔혹함, 나르시시스트적인 언행은 드라마 ‘킬링 이브’의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 분)’을 연상시킨다. 슈퍼헤비급 근육질인 단테가 형형색색 패턴의 옷과 알록달록한 액세서리로 몸을 치장하고 돔 패밀리를 농락하는 모습은 가히 대서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빌런의 용모로써 부족함 없었다.

카레이싱만큼이나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본질이라고 여겨지는 ‘가족애’ 정신은 이번 영화에서도 도미닉과 그의 가족들을 감화시킨다. 적과 동지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치열한 전략 싸움 속에서 돔 패밀리는 진짜 아군을 구별하고 성공적인 가족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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