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계산시 카드사 연 1000억원 지불 필요할 것으로 추정
소비자 추가 부담에 난색...여신업계, 수익성 악화 고심 커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삼성페이가 애플페이처럼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카드사가 한 해 10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할 수 있어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간편결제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에 수정을 가해야 할 필요가 높아져서다. 카드업계가 공동 대응을 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신용카드사들에 삼성페이와 관련해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과거 삼성페이의 라이선스 계약을 제외한 결제 이용 관련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지만 이 틀에 균열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삼성전자는 카드사들이 소속된 앱카드협의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삼성페이는 사실상 무료로 운영돼 왔다. 

애플페이 확장에 압박 카드로 나온 삼성페이 수수료?

삼성페이 관련 정책에 변화가 일어난 직접적 원인은 애플페이의 수수료 정책 때문. 애플페이의 경우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 간편결제에도 비슷하게 수수료를 지불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페이를 통해 간편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페이를 통해 간편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측이 단순히 “애플페이도 받으니 우리도 받는다”는 논리를 편다기 보다는, 애플페이 생태계 확장 저지를 간접 압박하려는 데 주안점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에 대한 배타적 서비스 사용권을 포기한 상황. 바꿔 말하면 현대카드 외 다른 카드사들 또한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을 수 있다.

대거 애플페이 쏠림 현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 확장을 막기 위해 현재 이미 체결돼 있고 재연장 여부가 관건인 삼성페이 수수료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이야기다.

카드업계로서는 부담이 크다. 한국은행의 ‘2022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전화 제조사를 통한 간편결제 이용액은 하루 평균 1850억원선이다.

애플이 애플페이로 현대카드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진 수수료율 0.15%를 삼성페이에 단순대입하면, 올해 카드사가 삼성전자에 지불할 수수료는 1000억원을 가볍게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에 부담 전가는 어려워...여신업계 공동 대응 주도권 노림수

카드사들로서는 고심이 적지 않다.

이미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박을 받아 이를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까지 낮춰놓은 구조인 데다 자금 조달비용도 오르는 등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 삼성페이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 수익성 악화 가능성은 더 크다.

그렇다고 비용을 모두 소비자에 전가하기도 어렵다. 24일 신용카드 플랫폼업체인 카드고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 유료화 시 사용 의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이 조사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유료화 시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인원은 88.5%로 집계됐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유료화돼도 계속 사용하겠다고 답한 인원은 11.5%에 머물렀다. 소비자 10명 중 9명꼴로 간편결제 유료 서비스는 이용할 생각이 없는 셈이다.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카드사들과 나이스·한국·KIS정보통신 등 밴(VAN·부가통신)사, 카카오페이 등은 24일 모바일 결제 공통 규격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상황 타개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현대·롯데·NH농협카드 등 8곳의 대표적 카드사가 참여했다. 이들이 함께 전국에 모바일 결제망을 구축함으로써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의존을 낮추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간편결제 서비스 주도권을 카드사 중심으로 가져올 수 있느냐의 힘겨루기이므로 이번 삼성페이 수수료 갈등은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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