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후속작 상영 중
2024년 개봉할 Part 2 영화의 가교 역할
스파이더맨 설정과 멀티버스의 본질 다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코리아]<br>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코리아]

【투데이신문 이주영 기자】 스파이더맨은 원작에서도 실사화된 영화에서도 시종일관 짠한 캐릭터였다. 초능력을 얻지 않았더라면 비상한 머리로 좋은 대학교에 진학해 탄탄대로를 걸었을 테지만, 운명은 그를 얌전히 두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희생시키고, 연인을 떠나보내고, 친구까지 잃고 나서야 그는 히어로의 삶을 받아들인다.

‘공식 설정’이라 불리는 이 가혹한 운명은 어떤 멀티버스의 스파이더맨이든 피할 수 없는 굴레다. 2018년 작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혼자라 생각했던 스파이더맨에게 멀티버스 세계관의 가호를 내리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다른 지구의 스파이더맨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공통된 아픔을 나누고 외로움을 덜 수 있게 됐다.

잠시간 이별을 고하게 됐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를 포함해 다른 스파이더맨들은 더 이상 실존적 외로움을 겪지 않게 됐다. 말 그대로 ‘혼자가 아니니까’. 탄생부터 끊임없이 변주돼온 스파이더맨의 존재는 그렇게 구원받는 듯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일시적 구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들을 옭아매던 ‘공식 설정’에 의문을 품은 마일스 모랄레스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이번 영화는 그 시도의 Part 1 격으로 2024년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코리아]<br>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컷.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코리아]

모든 스파이더맨의 운명을 구원하겠다는 제작진의 포부 외에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는 CG 애니메이션 역사에 혁신을 기하겠다는 야망까지 엿보인다. 만화와 영화라는 각기 다른 매체의 형식을 통합하는 연출은 전작부터 신작까지 부지런히 이어졌다.

만화의 특징인 ‘칸 새(만화에서 칸과 칸 사이의 공간)’를 적용해 마치 만화책을 보는 듯한 구도로 미장센을 꾸미거나, 효과음으로 타이포그래피 사용하는 등 만화적 기법으로 여겨지는 요소가 적절히 이용됐다. 스파이더우먼이자 마일스가 짝사랑하는 ‘그웬 스테이시’의 서사가 진행될 때는 배경을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고 인물의 감정을 추상적으로 나타내는 색과 형태만으로 연출했다.

OST를 비롯한 사운드트랙은 트렌드에 맞게 힙합, 시티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선정됐다. 다만 전작의 강렬한 비트, 곡마다 다른 개성의 보컬, 감정선을 표현하는 다양한 리듬의 OST와 비교해보면 무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개 속도나 내용 구성 역시 전작에 비해서는 평이하다. 아무래도 Part 2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하다 보니 독립된 영화로써 완결성이 떨어진다. 또한 러닝타임도 140분으로 길어서 관객의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마블 코믹스와 CG 애니메이션의 혁명을 불러온 마일스 모랄레스는 과연 자신의 인생과 더불어 스파이더맨 세계관의 운명까지도 개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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